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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06. 2023

반가운 찻집

차 마시기

볼일을 보고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카페를 찾아보았다. 내가 있던 곳은 카페거리로 조성된 곳이라 다양한 카페가 많았다. 많은 곳에서 내 눈길을 붙잡은 곳은 차를 주로 파는 카페였다.




번화가에 커피를 전문적으로 하는 카페는 많지만 차를 주로 하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차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있긴 있었는데 곧 문을 닫았고 몇 년 동안 차를 파는 곳은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왔더니 짜잔 하고 차 카페가 들어선 것이다. 그것도 메인거리에! 얼른 그곳으로 달려갔다. 메뉴판 첫 줄에 차 메뉴부터 보였다. 첫 줄 '아메리카노'만 보다가 '차'가 있으니 새롭고 반가웠다. 그러나 차 메뉴만큼 커피메뉴도 있었다. 후기를 보니 차만 있어서 아쉽다는 리뷰가 있던데 커피 메뉴를 추가하신 모양이었다. 아직 차는 커피를 이길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커피 속에서 이렇게라도 차를 마실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작년에 경주의 한 카페에서 백차를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나서 고민도 없이 백차를 주문했다. 그때는 백차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일반 차에 비해 카페인이 적다고 해서 골랐었다. 기대 없이 한 모금 마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담백하고 맛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이 물은 더 리필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그렇게까지야 싶었는데 물을 가득 담아 리필한 것까지 다 마시고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쟁반에 차 도구들과 백차가 나왔다. 커피잔은 거의 정해져 있지만 찻잔은 모양부터 소재까지 다양해서 가게마다 보는 재미가 있다. 경주 카페에선 작고 빈티지한 도자기 잔을 주셨는데 이곳에선 큰 나무잔을 주셨다. 작은 주전자에 물을 40초만 우려서 망에 걸러 마시라고 했다. 알려주신 대로 뜨거운 물을 작은 주전자에 붓고 잠시 기다렸다가 망을 컵에 얹고 주전자에 우러난 찻물을 부었다. 예상했던 대로 담백하고 맛있었다. 다시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고 망에 걸러 마셨다. 작은 도구들을 이리저리 들고 내리고 하다 보니 꼭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소꿉놀이 하는 걸 참 좋아했는데 그때 기억이 나서 재미가 있었다. 커피는 사장님이 우려 주는 맛을 마신다면, 차는 직접 우려서 내가 원하는 맛으로 먹을 수 있으니 매력적인 것 같다. 이곳에서도 뜨거운 물을 아주 충분히 주셨는데 거의 다 마시고 나왔다.


백차는 덖지 않고 말려 발효한 거라 맑고 담백하다.


예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배우가 다도를 하는 장면을 봤다. 정식은 아닌 약식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잔을 데우고 차를 넣고 우리는 모습이 참 편안하고 좋아 보였다. 작은 꽃병도 도구에 있었는데 그곳에 작은 꽃을 꽂아 장식을 한다고 한다. 그때 보고 언젠가 차를 정성스레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백차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백차 덕분에 옛날 생각도 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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