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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14. 2023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묵 김밥 먹기

날씨가 조금 풀린다고 해서 도시락을 쌌다. 추우니 밖에서 먹는 건 그만할까는 싶었지만 맑은 날씨를 보니 그만두기 아쉬워 나가 보기로 했다. 이번엔 가까운 산으로 향했다. 산 정상까지는 체력도 시간도 무리라서 산 입구에 있는 정자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날이 풀렸다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섰다.




오늘 도시락 메뉴는 어묵김밥이다. 냉동실에 어묵이 있어서 매콤하게 볶아 김밥을 쌌다. 어묵은 그 자체로 맛이 좋아서 반찬도 국도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어 좋다. 어묵은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사용한다. 기름기와 첨가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친 어묵은 물에 헹궈 키친타월로 남은 기름기와 물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김밥에 넣기 좋게 굵게 채 썰어서 오일을 두른 팬에 볶았다. 어느 정도 어묵이 볶아지면 진간장, 고춧가루, 액젓, 다진 마늘, 원당을 넣고 졸여준다. 이때 물을 조금 넣어주면 어묵과 양념이 잘 달라붙어 조리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양념이 잘 베였으면 불을 끄고 어묵을 펼쳐서 식혀준다. 바로 펼치지 않으면 볶으면서 구부러진 상태로 굳기 때문에 꼭 바로 펴줘야 한다.


김밥재료는 볶은 어묵과 얼마 전에 만들어둔 당근라페, 단무지, 이렇게 세 가지다. 밥에는 소금 대신 식초를 넣고 참기름도 약간 넣어 간을 했다. 한 김 식힌 밥은 김에 올려 잘 펴준 후, 재료를 올려 돌돌 말아 김밥을 완성했다. 어묵김밥인만큼 어묵을 많이 넣었다.


김밥을 챙겨 산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오르막이라 금방 숨이 찼다. 그동안 갔던 곳은 공원이라 평지였는데 오르막을 보며 내가 산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정자로 가기 전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힘들어서 그곳에서 먹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더 흔들리기 전에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몇 년 전만 해도 한 번씩 오가던 곳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한동안 오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온 것이다. 그새 시설물들이 조금식 바뀌었고 정자는 새로 지어져 있었다. 거기에 나무가 무성해져서 확 트여있던 시야는 다 가려져있었다. 나무가 둘러싸여 있으니 아늑하긴 했지만 풍경을 못 보니 못내 아쉬웠다. 도시락을 꺼냈다. 김밥은 식었지만 어묵 맛에 만족하며 맛있게 먹었다.



조금 쉬다 오면 좋으련만 가만히 앉아있으니 추워서 서둘러 일어났다. 급히 내려가는데 야생화 군락지가 보였다. 어찌나 파랗고 생생하던지 조화인가 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노란 꽃도 피어있었다. 털머위라는 꽃이란다. 늦가을에 피는 꽃인데 꽃말은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한다. 나는 한결 같은가 생각해 봤다. 도시락을 처음 먹자고 굳게 먹었던 마음이 그새 나약해져 있었다. 추위에도 푸르른 야생화를 생각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시락을 잘 챙겨 먹어야겠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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