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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16. 2023

죽 만들기

위로와 응원을 담아 

죽은 예전부터 아플 때 먹던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죽은 고생했다는 위로 같았고 빨리 나으라는 응원 같았다. 동생네가 아프다고 해서 죽을 만들었다. 요즘 배달되는 죽이 잘 나오지만 내가 아플 땐 엄마가 죽을 끓여주셨던 것처럼 마음을 담아 만들어주고 싶었다.




죽은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아프지 않아도 만들어 먹었다. 그래서 내게 죽 만들기는 낯설지 않다. 특히 추운 날씨가 되면 더 생각나는데 올해 첫 죽은 동생네를 위한 죽이 되었다. 죽은 쌀을 불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멥쌀과 찹쌀을 섞기도 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주신 그대로 찹쌀만 사용한다. 하루 전날 미리 찹쌀을 불려두었다.


채소는 색깔별로 당근, 브로콜리, 양파를 넣기로 했다. 죽이라 아주 잘게 다져야 하는데 살짝 도구의 힘을 빌렸다. 이미 유명해서 다 아는 다지기다. 재료를 대충 잘라 넣고 줄을 쭉쭉 계속 당기면 칼날이 돌아가면서 잘리는데 가늘게 다져야 할 때 유용하게 잘 쓰고있다. 메인 재료는 홍게살이다. 원래 그냥 야채죽을 끓일 예정이었는데 어제 마트에 갔다가 홍게살이 보이길래 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게죽이 되었다.


불린 쌀은 물기를 제거한 후, 참기름에 살짝 볶아주다가 다진 채소들을 넣고 같이 볶아준다. 여기에 물을 5~6배 정도 넣고 중불로 뭉근하게 끓여준다. 물이 많이 들어가지만 쌀은 냄비 바닥에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저어주면서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 때문에 죽은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의 대명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이런 정성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죽은 힘들고 어려울 때 보내는구나 싶었다.


어느 정도 쌀이 익었으면 액젓과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번에 육수대신 액젓을 넣어보았는데 깊은 맛이 나서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홍게살을 넣으면 완성이다. 홍게살이 비싸다 보니 한 팩만 샀는데 죽 양에 비해 양이 적었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니까 괜찮다. 큰통에 담아 한 김 식혀준 후 보자기로 싸서 동생네로 보냈다. 입맛이 없더라도 잘 먹고 얼른 낫기를 바랐다.


죽 끓이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 볶은 쌀에 알록달록한 채소를 넣을 때다. 보기만 해도 예쁘다.


남은 죽을 맛봤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맛이 좋았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만들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진 않지만 나에게도 위로와 응원의 마음으로 내일은 죽을 끓여 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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