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귀여운 선물을 받다
친구에게서 택배가 하나 왔다. 오전부터 우체국에서 택배가 온다는 알람을 받았는데 친구 이름이 보였다.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옷이라고 했다. 며칠 전 친구가 내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 옷을 보내준 것이었다.
패알못인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패션을 좋아하고 잘 꾸민다. 옷걸이에 그냥 걸려있는 보잘것없어 보이던 옷도 그 친구가 입으면 예뻐 보인다. 그리고 옷 하나를 보면 이렇게 저렇게 입으면 좋다는 아이디어를 줄줄 이야기해 준다. 나는 배열되어 있는 옷을 보고 또 봐도 잘 몰라서 한참을 있어도 고르지 못하는데 친구는 한두 번의 손길로 금세 옷을 척척 골라낸다. 그렇게 고른 옷들은 어김없이 예쁘다. 친구의 이런 능력 덕분에 옷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도착한 박스를 보니 크기가 꽤 컸다. 옷 부피가 큰가 보다라며 박스를 조심히 열어보았다. 박스 안에는 회색 폴리백에 든 큰 옷 뭉치 하나와 나머지 공간을 가득 채운 과자들이 보였다. 옷 보다 상자가 커서 생긴 공간에 과자를 넣은 모양이었다. 충격 흡수를 위해 에어캡이나 신문지를 넣을 수도 있지만 재치 있게 과자를 채워 보내준 것이다. 에어캡이나 신문지는 다시 사용해도 결국 쓰레기가 되는데 과자는 먹을 수 있으니 유용해 보였다. 공간을 채우려고 과자를 이리저리 끼워가며 넣은 모습을 생각하니 귀여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옷 하나도 충분한데 과자와 내가 좋아하는 굿즈들과 영양제까지 합쳐 종합 선물세트를 보내주었다.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친구는 평소에도 손이 빠르고 야무진 데다가 센스가 있는 편이다. 옷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모르는 게 없는 친구다. 그런 정보들을 아낌없이 주고 가끔 이렇게 선물로도 보내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비록 옷은 입어보기도 전에 추워져서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든든하다. 옷을 피팅해 보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잘 입겠다는 말에 친구는 머쓱한지 별 대답 없이 입는 법을 알려줬다. 무뚝뚝하지만 사랑스러운 친구다.
그날은 내 생일도 아니었고 어떤 축하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힘든 날들 중 하루였을 뿐인데 그 하루를 날려버릴 만큼 큰 선물 해주었다. 더 잘 살아라는 응원의 의미로 알고 옷은 잘 챙겨두었다. 다음에 친구를 보거든 꽉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