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Nov 17. 2023

마음이 고마워서

따뜻하고 귀여운 선물을 받다

친구에게서 택배가 하나 왔다. 오전부터 우체국에서 택배가 온다는 알람을 받았는데 친구 이름이 보였다.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옷이라고 했다. 며칠 전 친구가 내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 옷을 보내준 것이었다.




패알못인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패션을 좋아하고 잘 꾸민다. 옷걸이에 그냥 걸려있는 보잘것없어 보이던 옷도 그 친구가 입으면 예뻐 보인다. 그리고 옷 하나를 보면 이렇게 저렇게 입으면 좋다는 아이디어를 줄줄 이야기해 준다. 나는 배열되어 있는 옷을 보고 또 봐도 잘 몰라서 한참을 있어도 고르지 못하는데 친구는 한두 번의 손길로 금세 옷을 척척 골라낸다. 그렇게 고른 옷들은 어김없이 예쁘다. 친구의 이런 능력 덕분에 옷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도착한 박스를 보니 크기가 꽤 컸다. 옷 부피가 큰가 보다라며 박스를 조심히 열어보았다. 박스 안에는 회색 폴리백에 든 큰 옷 뭉치 하나와 나머지 공간을 가득 채운 과자들이 보였다. 옷 보다 상자가 커서 생긴 공간에 과자를 넣은 모양이었다. 충격 흡수를 위해 에어캡이나 신문지를 넣을 수도 있지만 재치 있게 과자를 채워 보내준 것이다. 에어캡이나 신문지는 다시 사용해도 결국 쓰레기가 되는데 과자는 먹을 수 있으니 유용해 보였다. 공간을 채우려고 과자를 이리저리 끼워가며 넣은 모습을 생각하니 귀여워서 미소가 지어졌다. 옷 하나도 충분한데 과자와 내가 좋아하는 굿즈들과 영양제까지 합쳐 종합 선물세트를 보내주었다.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친구는 평소에도 손이 빠르고 야무진 데다가 센스가 있는 편이다. 옷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까지 모르는 게 없는 친구다. 그런 정보들을 아낌없이 주고 가끔 이렇게 선물로도 보내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비록 옷은 입어보기도 전에 추워져서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지만 마음만은 든든하다. 옷을 피팅해 보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잘 입겠다는 말에 친구는 머쓱한지 별 대답 없이 입는 법을 알려줬다. 무뚝뚝하지만 사랑스러운 친구다.


그날은 내 생일도 아니었고 어떤 축하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힘든 날들 중 하루였을 뿐인데 그 하루를 날려버릴 만큼 큰 선물 해주었다. 더 잘 살아라는 응원의 의미로 알고 옷은 잘 챙겨두었다. 다음에 친구를 보거든 꽉 안아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죽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