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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18. 2023

이맘 때 생각나는 맛

무생채 비빔밥

마트나 시장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무이다. 김장철이기도 해서 흙도 털지 않는 무를 쌓아놓고 무더기로 판다. 제철을 맞은 무는 신선하고 달콤하고 아삭해서 맛이 좋다. 이럴 때 무를 많이 먹어둬야 한다.




무로 만드는 반찬은 거의 다 좋아하지만 자주 만들어 먹는 건 무생채다. 무나물도 좋아하지만 불에 조리를 해야 해서 선뜻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반면 무생채는 약간 절여뒀다가 양념만 하면 되니 간단해서 자주 만든다. 김치가 지겨울 때 무생채 하나만 있으면 새콤달콤한 것이 별미다.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맛을 기억하며 무생채를 만들어보았다.


무는 먼저 적당한 두께로 채를 고르게 썰어준다. 나는 얇은 채가 좋아서 최대한 얇게 썰어줬다. 가을무는 딱딱하지 않아서 자르기 편하지만 일정하게 썰기는 어렵다. 둥근 무를 칼로 눌러 일자로 균일하게 잘라줘야 하는데 늘 빗나가서 두께가 엉망이 된다. 그래서 일단 채를 다 썰어서 하나씩 확인하며 두께를 조절해 준다. 자른 무채는 원당과 소금에 10분 정도 절인다. 그러면 간도 베이고 수분이 나와서 꼬들꼬들한 무생채를 먹을 수 있다. 무에서 나온 물은 버리고 남은 물기도 꽉 짠 후 양념을 바로 하지 말고 고춧가루부터 넣고 물을 들인다. 고춧가루를 미리 넣어주면 예쁘게 색내기 좋다고 해서다. 여기에 식초, 액젓,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잔파나 깨소금을 넣어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무생채가 만들어진다.


이대로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 양념이 무에 베일수록 더 맛있어진다. 식감도 더 아삭해진다. 그래서 냉장고에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넣어두었다가 먹는다. 반찬으로 먹어도 좋지만 이마저도 귀찮을 땐 비빔밥으로 만든다. 무생채는 새콤달콤하기 때문에 다른 채소나 나물이 없이 무생채 하나만 있어도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밥을 퍼서 무생채를 무심하듯 올리고 계란프라이만 하나 올려주면 간단하게 비빔밥이 만들어진다.


한 젓가락만 먹으려고 해도 한번 맛을 보면 세네 젓가락은 먹게 된다.


한입 먹어보니 역시 맛있었다. 일반 비빔밥을 먹을 때도 무생채를 넣으면 맛의 차이가 큰데 무생채만 넣고 만들었으니 보나 마나 맛있는 맛이다. 먹을수록 자꾸 당겨서 허겁지겁 먹었더니 금세 그릇을 다 비웠다. 다 먹고 배가 든든해져 기분이 좋아졌다. 가을무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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