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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19. 2023

하나씩 배우기

변기 수리하기

변기가 고장 났다. 며칠 전부터 됐다 안 됐다 말썽을 피우더니 결국 고장이 났다. 변기 물탱크에 물이 다 차면 멈춰야 하는데 고장으로 멈추지 않아서 물이 계속 나와 세고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수도밸브를 잠갔다 풀었다 하며 사용했다. 그러다 다시 잘 되길래 괜찮나 했는데 다시 물이 세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수리를 해야 했다.




집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리할 곳이 생긴다. 작게는 시계나 형광등에서부터 가스레인지나 보일러처럼 큰 기계들이 고장 나기도 한다. 몇 달 전 시계는 건전지를 바꿔도 작동하지 않길래 부품을 사서 교체해 주었다. 늘 부탁해서 바꾸던 형광등도 이제는 직접 바꿔주고 있다. 큰 수리는 전문 기사님의 도움을 받지만 작은 수리는 직접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기도 직접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에 검색하며 고장이 난 원인을 찾아보았다. 여러 정보를 조합해 보니 물이 세는 건 물 높이를 조절하는 부품이 고장 나서라고 한다. 부품이름은 '볼탑'이라고 불리는 '필밸브'로 철물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친절하게 수리하는 영상까지 있어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겠다 싶었다. 필밸브를 사온 후, 수도밸브를 잠그고 영상에서 본 대로 변기를 분리했다. 그리고 필밸브와 연결된 나사를 풀었다. 몽키스패너라는 공구를 이용해야 된다고 해서 도구 사용법도 익혔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기존 필밸브를 분리하고 새로 산 필밸브를 연결한 후 수도밸브까지 연결했다. 그런데 물이 탱크에 올라오지 않았다. 다 조립했는데 허탈했다. 다행히 가까이 사는 삼촌이 연락이 되어 봐주러 오셨다. 내가 조립한 필밸브를 보시더니 한눈에 문제점을 찾아내셨다. 필밸브는 원래 기울어져있는데 물이 차면 기울어진 막대가 똑바로 서면서 급수가 멈추는 원리다. 그런데 어딘가에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면 작동을 안하는 것이다. 내가 조립한 건 그대로 해체되고 곧바로 삼촌의 수리가 시작되었다.


수월하게 부품을 교체하는 삼촌을 보면서 혼자 끙끙대며 고생한 시간이 아까워 속상했다. 할 수 없는 일을 한다고 나선 것인가 싶어 후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혼자 씨름을 한 시간이 없었다면 다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리할 엄두를 못 낼 것이고 삼촌이 설명해 주시는 말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그란 볼까지 물이 차면 급수가 멈춘다. 이 부품은 이제 못 잊어버릴 것 같다.


무언가를 수리한다는 건 겁나는 일이다. 괜히 손을 댔다가 더 망가져서 쓸 수 없게 되거나 더 큰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내가 알지 못하면서 남이 알아서 잘해주리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원하는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기사님에게 수리를 맡기더라도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많은 분들이 정보를 올려놓아서 쉽게 익힐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늘을 계기로 고장이 나면 겁내지 말고 하나씩 해보자 다짐했다.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으니 배우고 익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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