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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23. 2023

내년 가을 미리 준비하기

세탁소 다녀오기

세탁소에 다녀왔다. 가을옷은 웬만하면 물세탁을 하지만 재킷이나 셋업종류는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한다. 세탁소에 옷이 간다는 건 그 옷을 더 이상 입지 않는다는 뜻이다. 많이 더럽거나 추가 세탁이 필요한 상황이면 옷을 입는 중간에도 세탁소에 맡기기도 하지만 세탁소는 거의 옷보관을 위한 세탁을 하러 간다.




가까운 세탁소가 문을 닫아서 조금 멀리 떨어진 세탁소로 갔다. 거리가 꽤 되었지만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서 걷기 좋았다. 세탁소에 도착해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니 맡겨둔 세탁물이 바로 나왔다. 개수만 확인하고 세탁물을 안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세탁물을 받자마자 하는 일은 번호표를 제거하는 일이다. 받자마자 하지 않으면 나중에 잊어버리고 그대로 옷을 입고 나가기 십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다. 번호표는 보통 라벨에 부착하는데 라벨이 없거나 마땅히 달 곳이 없을 때는 허리끈 같이 부속품에 걸려있기도 한다. 한 번은 허리끈에 달린 번호표를 모르고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번호표를 잘 찾아 조심해서 하나씩 뗐다.


다음은 옷의 모양을 정돈한다. 코트나 재킷은 따로 정리할 일이 없지만 모자가 따로 달린 점퍼나 허리띠가 있는 경우 분리해서 세탁을 하기 때문에 옷걸이에 따로 걸려있는데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을 입을 때가 되어서야 옷을 정돈한다고 마음이 바빠 잘못 입고 나갈 수 있다. 실제로 점퍼를 입고 모자를 급히 단다고 단 것이 반대방향으로 끼워서 식겁하기도 했다. 모자 안쪽이 위를 봐야 하는데 등 쪽을 보고 뿔처럼 달려있었으니 보는 사람마다 얼마나 웃겼을까 싶다.


옷을 체크한다고 보다 보니 내 옷이 맞는데도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늘 입던 옷이니 생각 없이 입는데 옷을 내가 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땐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오늘도 옷에 달린 단추를 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단추가 어색해서 내 옷이 아닌가 싶어서다. 자세히 보니 세탁할 때 상하지 말라고 은박지를 씌워둔 것이었다. 어찌나 꼼꼼하고 말끔하게 싸두었는지 하마터면 깜박 속을 뻔했다.


내가 좋아하는 셋업 재킷이다. 내년 가을에 만나자!


세탁소 옷걸이를 빼고 원래 걸려있던 옷걸이에 옷을 걸고 세탁소 옷걸이에 걸린 라벨까지 떼고 나서야 정리가 끝이 났다. 빨래 개는 것 다음으로 은근히 귀찮아하는 것이 세탁물 정리하기다. 그래서 마음먹었을 때 재빨리 해버려야 한다. 이제 이 옷들은 내년 가을에 볼 수 있겠지. 옷장에서 꺼내 깨끗하게 세탁된 옷을 입고 기분 좋게 나가겠지. 내년 가을을 준비하고 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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