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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25. 2023

맑고 심심한 맛이 좋아

순두부버섯국 만들기

요즘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었더니 속이 좋지 않았다. 평소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한번 무너지니 걷잡을 수 없었다. 안 먹던 음식이지만 예전에 좋아해서 잘 먹던 음식이라 먹기 시작하면 입맛이 당겨서 멈출 수 없었다. 다음날에 채소, 고구마, 계란 같은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으며 중화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차가운 샐러드보다 따뜻한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국을 끓였다.




치킨, 탕수육, 쿠키, 케이크. 생각만 해도 맛있는 음식이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서 거의 먹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언제든 눈앞에 있다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먹는 음식이다. 가끔은 보상을 핑계로 먹기도 한다. 요즘은 맛있게 먹고 건강식을 챙겨 먹자는 식으로 생각을 바꿨지만 아직 죄책감을 다 덜어내지 못했다. 그러니 건강식을 먹으면서 기분도 안 좋고 맛도 없었을 것이다. 건강식이라도 조금 더 맛있게 다양하게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재료가 순두부다.


순두부찌개도 무척 좋아하지만 자극적일 것 같아 맑게 국으로 끓이기로 했다. 재료는 순두부, 애호박, 표고버섯, 파, 청양고추, 색을 내줄 약간의 홍고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것이다. 국을 끓이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순두부의 물 빼기다. 순두부 요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수분을 어느 정도 빼줘야 간이 잘 배고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접시에 한두 시간 올려둬도 물이 빠지지만 급하면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려도 어느 정도 빠진다고 한다. 순두부의 물을 빼는 동안 육수용 멸치 한 줌을 물에 넣고 육수를 내준다. 육수 끓이는 건 귀찮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김에 만들기로 했다. 육수가 우러나면 애호박을 먼저 넣고 익히다가 순두부, 버섯을 넣고 같이 끓인 후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마지막으로 파와 고추를 넣으면 완성이다. 만들기도 쉬운데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감칠맛도 좋다.


청양고추를 넣으면 칼칼한 맛이 나서 맛이 더 좋다.


정말 담백한 맛이다. 국물도 담백한데 순두부도 참 순하다. 원래 자극적인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등을 좋아하지만 안 먹다가 먹으니 속이 부대끼고 더부룩했다. 그래서 자꾸 담백하고 순한 맛을 찾게 되나 보다. 국도 그래서 맑게 끓였다. 이렇게 먹다 보니 새우젓, 국간장으로도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맛에 길들여져 가는 것 같다. 맑고 심심한 맛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져 왔다. 건강도 다시 올라간 기분이다. 또 심심한 메뉴가 뭐가 있을까. 부지런히 또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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