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Nov 27. 2023

채소 반찬 만들기

나의 첫 오이 피클

예전부터 짠지 같은 절임류를 좋아했다. 그래서 단무지, 피클을 좋아했고 얼마 전 알게 된 독일의 양배추 절임인 사우어클라우트도 잘 먹었다. 중식당에 가면 가끔 나오는 자차이도, 태국 식당에 가면 있는 쏨땀도 맛있어서 쉬지 않고 먹는다. 김치 중에서도 백김치를 좋아하는데 익으면 피클 같아서 마시듯이 먹는다.




얼마 전 수제로 단무지를 만들었다. 그동안 단무지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설탕 대신 원당을 줄여서 넣었더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른 절임음식도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시들어가는 오이와 파프리카를 보고 오이피클이 생각났다. 원래 피클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시들해지는 채소를 보니 얼른 뭐라도 해서 먹어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큰 냄비에 물부터 올렸다.


피클 담기의 첫 번째는 담을 유리용기를 소독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피클을 너무 좋아하므로 상하기 전에 다 먹을 거지만 조금 더 신선하게 잘 먹기 위해 소독을 했다. 유리용기를 소독할 때는 처음부터 용기를 물에 담고 끓여줘야 깨지지 않는다. 끓인 용기는 조심해서 꺼낸 후 뜨거운 채로 그대로 식힌다. 뜨겁다고 찬물에 헹구면 온도차이로 금이 가면서 깨진다. 실제 경험담이다.


오이피클이라 오이가 주재료이지만 양파, 파프리카도 썰고 청양고추와 홍고추도 조금 넣었다. 큰 볼에 썰어둔 채소를 모두 넣고 섞어준 후 소독한 용기에 차곡차곡 담는다. 이때가 제일 신난다. 알록달록한 예쁜 채소를 담고 있으면 눈도 즐거운데 장난감 같아 소꿉놀이하는 기분도 든다. 생채소라 뻣뻣해서 잘 들어가지 않는데 나중에 끓인 절임물을 부으면 채소가 숨이 죽으면서 공간이 생기니 그때 더 넣어주면 된다.


절임물은 물, 식초, 소금, 원당, 피클링스파이스를 넣고 한번 끓여주면 금방 완성된다. 식초를 끓이면 신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하므로 꼭 창문을 열고 하는 것이 좋다. 단무지를 만들 때처럼 원당의 양은 아주 많이 줄였다. 이럴 거면 안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피클을 먹어보겠다는 의지로 꿋꿋하게 만들었다. (그래놓고 손을 덜덜 떨며 원당을 넣었다.) 절임물이 끓었다면 뜨거울 때 채소를 담은 용기에 넣고 뚜껑을 닫아준다. 그러면 진공상태가 돼서 보관에 유리하다.


색깔별로 채소를 담으면 예쁘다.


이렇게 피클을 만들어두면 스파게티, 피자는 물론 치킨이나 떡볶이를 먹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피클은 오이 외에도 다른 채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얼마 전 식당에서 셀러리 피클을 먹어봤는데 꽤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다음에는 셀러리도 넣어봐야겠다. 그동안 입맛도 없고 해서 채소를 멀리했는데 맛있는 피클이 생겼으니 내일부턴 채소를 가득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맑고 심심한 맛이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