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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Nov 28. 2023

나를 위한 과일 하나

친구네에서 먹은 과일

친구는 요리를 잘하고 식재료에 관심도 많다. 베이킹도 전문가급으로 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잘 알고 있어서 친구가 추천하는 건 믿고 먹는다. 이번에 친구집에 가서 과일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빛깔만 봐도 영롱한 딸기와 애플망고였다.





마트에 가니 과일 코너에 딸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메인으로 딸기가 올라온 것이다. 요즘은 하우스 딸기가 나오니 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다. 대신 가격이 비싸다. 작은 한 팩에 2만 원 가까이했던 것 같다. 소중히 전시되어 있는 딸기를 보면서 며칠 전 친구네에서 먹은 과일이 생각이 났다.


친구는 과일을 사뒀다면서 딸기와 망고를 내왔다. 아무렇지 않게 내놓았지만 친구가 사 왔다는 것만으로도 안다. 그 과일은 맛있다는 걸 말이다.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걸로 사 왔다고 했다. 딸기라면 올해 봄에 원 없이 먹어서 더 이상 안 먹어도 될 줄 알았는데 포장을 여는 순간 딸기 향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거기다 망고는 애플망고라니. 나는 애플망고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생소했는데 친구는 맛있다며 얼른 먹어보라고 권했다.


딸기는 역시나 맛있었다. 아는 맛이었지만 훨씬 고급지고 진한 맛이었다. 망고는 일반 노란 망고보다 달큼했고 식감이 무척이나 쫄깃했다. 신세계였다. 망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애플망고를 먹어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망고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망고를 먹어보지 못해서 안 먹었다는 걸 말이다.


어느 책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샤인머스캣을 비싸더라도 좋은 것으로 구매해서 특별한 날에 먹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평소 같으면 안 사 먹었을 거지만 큰맘 먹고 사온 샤인머스캣을 먹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챙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이후로 좋은 일이 있거나 일을 마무리했을 때 샤인머스캣을 사 먹는다고 했다.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비싸지만 맛있는 과일을 먹으며 나를 챙긴 것이다.


맛있는 과일은 모양도 색도 예쁘다. 그래서 눈도 즐겁다.


감사하게도 삼촌 덕분에 파인애플을 먹고 있지만 손이 떨려서 마트에서 파인애플을 산 적이 없다. 딸기도 비싼 팩 대신 그 옆에 있는 덜 비싼 팩을 골랐고 블루베리, 체리는 어쩌다 큰맘 먹고 샀다. 그렇게 산 과일들이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것 대신 맛있는 과일 하나로 그날을 기념해도 좋을 것 같았다. 친구가 준 과일로 하루가 좋게 기억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번주면 거의 끝날 것 같다. 이리저리 애쓰느라 조금 지쳤는데 일이 끝나는 날에는 나도 맛있는 과일을 사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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