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Nov 29. 2023

엄마의 마음

엄마가 끓여준 닭개장

엄마가 닭개장을 끓여주셨다. 이맘때쯤이면 소고기를 넣어 육개장을 끓이시는데 나 때문에 닭고기를 넣은 닭개장을 만들어주셨다. 소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되도록이면 먹지 않고 있다. 대신 닭이나 오리고기로 챙겨 먹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얼마 전 보양식으로 만드신 소고기가 들어간 육개장을 나만 먹지 않았다. 비록 나는 먹지 못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잘 먹었으니 아쉽지 않다. 하지만 엄마는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었다. 마침 요새 무도 맛있고 하니 무를 잔뜩 넣고 닭개장을 끓여주신다고 하셨다.


아침부터 엄마는 닭개장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셨다. 파, 숙주, 닭은 마트에 팔지만 삶은 토란대와 고사리는 시장에만 팔기 때문이다. 닭은 미리 물에 넣고 삶아준다. 그동안 파는 손가락 길이로 썰고 숙주는 물기를 빼둔다. 토란대와 고사리도 한번 헹궈서 물기를 꽉 짜서 적당히 잘라 준비한다. 삶은 닭은 한 김 식혔다가 뼈를 발라내 살만 찢는다. 닭이 우러난 육수에 파, 숙주를 제외한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이다가 국간장, 액젓, 다진 마늘, 고춧가루로 양념을 한다. 마지막으로 파와 숙주를 넣어 한소끔 끓이면 완성이다.


닭으로 끓인 육개장은 엄마도 처음이다 보니 채소와 비율을 못 맞춰서 양이 늘어났다고 듬뿍 떠서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엄마 덕분에 점심은 밥만 떠서 편하고 든든하게 먹었다. 저번달에 만들어주신 깍두기도 꺼내 같이 먹으니 금세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채소와 닭이 푹 익어서 먹기 좋았다. 그러나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나 때문에 고생한 엄마를 생각하니 짠하고 죄송해서 괜히 더 툴툴거렸다. 이렇게 못난 딸이 뭐가 예쁘다고 이리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챙겨주시는지. 마음으로는 안 그래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자꾸 입에선 삐뚠 말이 나간다. 


닭개장이 냄비 한가득이다. 엄마의 수고로움으로 며칠 식사 메뉴가 손쉽게 해결되었다. 무엇보다 조미료, 첨가제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엄마표 집밥이라 좋다. 심술 내지 말고 내일은 엄마에게 잘 먹었다고 꼭 이야기해야겠다. 엄마가 만든 게 제일 맛있다고 꼭 표현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위한 과일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