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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04. 2023

주말은 계란국과 함께

계란국 만들어 먹기

일요일, 평소와 똑같은 날인데도 일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밥을 먹기가 귀찮아진다. 뚝딱하고 밥상이 내 앞에 나타나면 좋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버티다가 결국은 일어났다. 움직여야 내가 원하는 대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다행히 냉장고에 엄마가 만들어두신 반찬이 있어서 꺼냈다. 밥도 펐다. 뭔가 하나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생각하다가 계란국이 떠올랐다. 재료가 별로 없어도 만들 수 있고 만들기 간단해서 끓이면 좋겠다 싶었다. 역시 만만한 건 계란이다. 국을 만드려고 보니 육수가 필요했다. 육수를 끓이려니 번거로워서 잠시 하지 말까 싶었지만 더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얼른 육수용 멸치를 물에 넣고 불에 올렸다. 물이 끓는 동안 계란을 꺼내 풀었다. 파도 꺼내서 잘게 썰고 다진 마늘을 조금 덜어두었다. 


물이 끓고 국물이 노랗게 우러나자 멸치를 모두 건져내고 계란을 넣었다. 계란은 끓는 물에 들어가자마자 익으면서 퍼졌다. 살짝 저어줘야 몽글몽글 해지는데 딴생각을 하다 시기를 놓쳐 한 덩어리로 굳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숟가락으로 자르듯이 조각을 냈다. 파와 마늘도 마저 넣고 간은 요즘 애용하고 있는 까나리액젓과 국간장을 반씩 넣어 맞췄다. 맛을 보니 역시 맛있었다. 액젓과 국간장이 없었으면 어떻게 요리를 했을까 싶다.


자세히 보면 듬성듬성 잘라 투박한 계란이 보인다.


계란국은 재료도 간단하지만 만들기도 쉽다. 육수만 끓이면 계란과 파가 익는 것도 순식간이다. 반찬이 시원치 않았지만 따끈한 국물 한 숟가락에 밥이 절로 넘어갔다. 억지로 일어나서 억지로 계란을 풀고 완성한 요리치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국을 거의 마시다시피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해져 왔다. 온 세상이 평화로워 보였다. 국 하나에 이렇게 몸이 따뜻하고 마음까지 든든해지다니 음식의 힘에 새삼 놀라웠다. 주말이라고 누워만 있지 말고 간단한 요리라도 만들어서 나를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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