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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03. 2023

그림엽서 만들기

색연필로 그리는 나만의 엽서

몇 년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색연필 그림에 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정갈하고 차분한 색감이 내가 알던 색연필 그림 느낌과 달랐다. 그 그림에 홀라당 빠져서 결국 책을 구매했다. 


 



색연필 책은 올해가 되어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다음에 여유 있을 때 하자며 자꾸 미루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무 일도 없는 그런 여유 있는 날은 오지 않았고 정작 쉬는 날에도 엄두가 안 나서 책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 마음을 다스릴만한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떠오른 것이 색연필 그림이었다. 얼른 책을 찾아 펼쳐보았다. 준비물에 색연필, 연필, 지우개, 연필깎이, 종이가 적혀있었다. 그대로 구매하고 책에 적힌 대로 따라 그려보았다. 쉬워 보이던 그림들이었지만 직접 그려보니 꽤 어려웠다. 모양 따라 결대로 칠해야 하고 색연필 심이 약하기 때문에 힘도 적절하게 줘야 하고 직선과 곡선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아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칠을 다 하고도 다시 보면 허전한 곳이 눈에 들어와서 계속 메꾸게 되는데, 한두 시간은 예사로 지나가있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은 작고 볼품없었지만 내가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에 드는 색연필 색이 나오면 생각해 두었다가 문구점을 갈 때마다 하나씩 샀는데 그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은 유리컵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색연필이 늘어났다.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보고 있으니 정말 전문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색연필 그림 실력을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엽서가 필요한데 거기에 넣을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주변에 축하하거나 감사할 일이 생기면 선물을 하게 되는데 짧더라도 꼭 메시지를 적어서 동봉한다. 그런데 사놓은 엽서도 다 떨어지고 급하게 선물을 전달해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방법이 없을까 하고 방 안을 둘러보던 중 색연필이 눈에 들어왔다. 구할 수 없으니 만들어야 했다. 이리저리 따질 시간 여유가 없었다. 


축하용 엽서이니 따뜻하고 화사한 느낌이 들었으면 해서 분홍색 꽃을 가로로 작게 그렸다. 그리고 그 아래 영어로 'congratulation'이라고 쓰고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뒤에 메시지를 적고 가장자리 코너도 둥글게 잘라줬다. 그리고 보니 꽃이 엉성하고 균형이 안 맞아서 서툰 티가 물씬 났다. '형식이 뭐가 중요하겠어, 내용이 더 중요하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색연필 그림엽서를 그려볼 생각이다. 대신 연습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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