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Jul 14. 2023

싫어하는 채소 먹기

당근을 먹게 된 이야기


7월의 김밥을 먹기 위해 김밥 거리를 만들었다. 우엉조림과 시금치나물은 엄마 찬스를 사용했고 나머지 계란, 어묵, 당근을 볶았다. 예전 같았으면 햄과 게맛살을 넣었겠지만 내 몸을 위해 가공식품을 줄이기로 한 이후로 김밥에도 넣지 않는다. 햄과 게맛살이 빠진 김밥은 맛이 덜하다. 대신 당근을 채워 넣는다. 당근을 오일에 살짝 볶으면 단맛이 난다. 김밥에 넣으면 색도 예쁘다.  




사실 나는 당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거의 잘 먹는 내가 유일하게 안 먹었던 재료가 당근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생당근이다. 생당근은 화장품 같은 특유의 향이 난다. 횟집에서 나오는 당근 스틱은 손도 대지 않는다. 그랬던 내가 냉장고에 늘 구비해 둘 정도로 당근을 챙기게 되었다. 작년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식습관을 바꾸면서 당근을 먹게 되었다. 당근과 함께 브로콜리, 파프리카도 챙겨 먹는다. (억지로 먹고 있다. 맛은 없다.)


살아오면서 몇 번 입에도 안 댄 당근을 이제 거의 매일 먹으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놀란다. 물론 지금도 생당근은 꺼려져 잘 먹지 않고 주로 오일에 볶거나 물에 익혀 먹는다. 오일에 볶으면 당근의 영양분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다고도 하고 당근 특유의 향이 거의 사라져서 먹기 좋다.


소금, 오일, 홀그레인머스타드에 절인 사랑하는 당근 라페


당근을 잘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메뉴도 생겼다. 당근 라페 샌드위치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당근을 아주 얇게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제거한 후, 올리브오일,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넣어주면 된다. 레몬즙을 넣어주면 더 맛이 좋다. 그리고 냉장고에 하루 정도 숙성하면 그냥 먹어도 맛있는 당근 라페가 완성된다.


당근 라페는 프랑스에서 반찬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당근 라페가 준비되면 샌드위치빵, 계란, 상추, 양파를 준비하고 빵에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발라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주면 된다. 간단하지만 보기에도 좋고 맛있는 샌드위치다. 주위에서도 맛있다고 칭찬해 준 메뉴다. 적극 추천한다.


주의할 점은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계란은 뜨겁지 않게 식혀 넣어야 한다. 그리고 당근라페 물기는 꼭 짜서 넣어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소스 국물이 뚝뚝 떨어져 민망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김밥에 넣을 당근을 만들어 접시 위에 펼쳐 식혀두었다. 양이 많은 것 같아도 김밥에 많이 넣으니 금방 없어진다. 당근을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 당근을 챙겨 먹다니 나도 내가 신기하다. 심지어 먹다 보니 맛도 좋다. 브로콜리도 적응이 되어야 할 텐데 참 맛이 없다. 마트에 갔다가 브로콜리도 사 왔긴 했는데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두었다. 당근처럼 잘 먹는 채소가 되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채소도 기쁘게 잘 먹는 어른이가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고장난 물건 고쳐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