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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26. 2023

주말엔 잔치국수

N번째 국수 먹기

일요일이 되면 점심 메뉴를 고민한다. 평소 때처럼 밥을 먹어도 되는데 왠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걸 먹어야 할 것 같다. 한 주 동안 살아온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인 걸까.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메뉴는 거의 국수로 결정된다.




찬찬히 고민을 해도, 결국 '뭐가 있겠어, 국수나 먹지!'로 결론이 난다. 생각해 보면 일요일 점심 메뉴 대부분이 국수였다. 하지만 국수의 모양은 많이 바뀌었다. 원래 국물을 내서 대충 간을 하고 계란지단과 오이 채를 썰어 올려 먹었는데 지금은 육수를 내서 그 물에 각종 채소와 계란을 넣고 같이 끓여 지단을 대신한다. 한 냄비에 다 넣고 끓이니 일도 줄고 간이 베여서 맛도 좋다.


채소는 당근, 애호박이 기본이고 여유가 되면 양파도 넣는다. 어묵과 표고버섯은 선택사항인데 넣으면 더 맛이 풍부해져서 좋다. 어묵은 첨가물을 제거하기 위해 따로 끓는 물에 데쳐 준비한다. 채소들이 거의 익으면 계란을 풀어 넣는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국물은 매콤한 게 좋아서 청양고추도 마지막에 조금 넣어준다. 간은 국간장과 액젓으로 한다. 이렇게 만들면 국 자체가 맛이 있기 때문에 추가로 간장 양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면은 현미면으로 바꿨다. 현미면이라도 면 자체가 칼로리가 높아 큰 변화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먹어보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현미면은 밀가루면보다 두꺼워서 익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밀가루면보다 겉도는 느낌이 있다. 면을 삶고 그릇에 담을 때도 면이 예쁘게 담기지 않고 잘 풀어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하며 먹는다.


채소를 잘 건져 위에 올리면 예쁘게 플레이팅도 가능하다


그릇에 면과 국물을 담고 마지막에 마름김과 깨소금을 올려주면 완성이다. 채소가 국물에 섞여있여 예전 국수보다 보기에 좋지 않지만 맛은 훨씬 좋아 만족한다. 무엇보다 채소를 볶거나 계란을 오일에 익히지 않고 물에 익혀 먹을 수 있어 좋다. 이번 주말 점심도 국수였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똑같은 걸 먹었다고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주말 점심시간이 되면 고민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냄비에 면 삶을 물부터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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