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크리스마스
조용히 연휴 보내기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라 3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뜻밖의 연휴에 공항이 마비가 될 정도로 제주도나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많고 유명한 카페나 식당이 있는 거리도 북적거렸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도 조용히 보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는 생일 다음으로 가장 설레는 날이었다. 합법?적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이 되면 머리맡에 잘 포장된 선물이 있어서 신나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턴가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돼서 부모님이 준비하신 걸 알았지만 어쨌든 선물을 받을 수 있으니 좋았다. 그때 받았던 피에로 인형이랑 필통은 아직도 모양까지 생각이 난다.
대학생 때나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연말 마무리를 한다는 이유로 저녁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거리나 식당에 가면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났는데 그 분위기에 들떠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나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면서 연말이 되어도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한 해를 잘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보내기로 했다.
이번 연휴도 조용히 보냈다. 여유롭게 드라마 재방송도 보고 볼만한 영화가 있는지도 기웃거렸다. 전날 가족모임때 남은 음식들이 있어서 대충 데워먹고 배를 두들기며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치킨도 한 마리 시켜 먹었다. 책상 곁에는 크리스마스 택을 달아두고 트리 불도 괜히 켜보곤 했다. 사실 연휴 직전에 일에 문제가 생겨서 기운이 없었는데 쉴 수 있는 연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의 전환도 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예전엔 별 볼일 없는 긴 연휴가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휴식이 필요할 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동지도 지나고 크리스마스까지 지났다. 2024년이 정말 코앞이다. 남은 체력 잘 비축해 두었다가 내일부터 일주일간 정말 잘 살아내야겠다. 남은 일주일 힘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