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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Dec 29. 2023

오랜만에 돌솥밥

다시 건강하게 챙겨 먹기

오랜만에 돌솥밥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 더 그랬겠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다. 별 것 아닌 나물 반찬인데도 한 상 가득 차려지니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반찬이 세팅되자마자 큰 양푼이 그릇에 종류별로 고르게 담고 쓱싹쓱싹 비벼 먹었다.




작년에 건강을 챙기기로 하면서 가장 많이 먹었던 외식메뉴는 비빔밥이나 돌솥밥 같은 정식류였다. 예전에는 분식, 파스타 식당 등만 알았지 이런 메뉴 카테고리가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는데 한번 발을 들이기 시작하니 그 매력을 빠져 찾아 먹게 되었다. 정식을 하는 식당은 근처에만 가도 맛있는 밥냄새가 풍기고 사람들은 들어오고 나가고 앞다투어 먹기 바쁘다. 시끌벅적 정신은 없지만 어쩐지 정겹기도 하다. 한 번은 엄마의 단골 정식 식당에 갔었는데 상을 가득 채울 정도로 반찬이 나오고 밥은 돌솥에 갓 한 밥이 나왔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몇 번이나 감탄을 하면서 배가 불러도 다 먹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런데 일상에 익숙해지고 '한 번쯤은 괜찮겠지', '이 정도면 어때' 하는 마음에 먹던 자극적이고 입에 단 음식들의 양이 점점 늘어갔다. 처음에는 조금씩만 먹던 것이 입을 대는 순간 그 맛에 넘어가 어느새 한 그릇을 비우곤 했다. 밀가루 음식, 튀기고 강하게 볶은 음식, 생크림이 가득 올라간 케이크 등 안 먹다가 먹으니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거기다 연말이라고 마음이 더 해이해져서 절제력은 바닥을 친 상태였다. 순간 이러다 또 아프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오늘 돌솥밥이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더 건강해지겠다고 애쓰며 한식만 찾아먹던 예전 생각이 났다. 그때는 이거라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슬펐다.


돌솥밥이 나오고 반사적으로 밥을 퍼서 그릇에 옮겨 담고 숭늉을 채워 뚜껑을 닫아두었다. 퍼낸 밥에는 나물을 잔뜩 넣고 비볐다. 그냥 먹어도 맛있길래 고추장은 넣지 않았다. 대신 청국장 한 국자를 넣고 신나게 비벼 먹었다. 고기도 없고 하다못해 계란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 한동안 정식의 매력에선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집에서도 다시 반찬을 꺼내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밥에 반찬을 먹고 정말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이전처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다시 작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 그래서 며칠은 조금 우울했지만 어느새 또 적응을 해서 잘 먹고 있다. 연말에 새해라고 괜히 들뜨지 말고 초심을 지켜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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