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Jan 03. 2024

나를 위한 죽 만들기

버섯야채죽 만들어 먹기

체기가 조금 있더니 어제부턴 몸살기도 같이 올라왔다. 몽롱하고 기운이 없었다. 며칠 무리했더니 탈이 난 것 같았다. 그런데 아픈데도 배는 고팠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밥을 챙겨 먹어야 했다. 먹을만한 걸 찾다가 부드러운 걸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죽을 만들기로 했다.




찹쌀을 먼저 불려둔다. 1시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빼서 두고 채소들을 색에 맞게 골라 잘게 잘라준다. 나는 당근, 양파, 잔파를 꺼내 썰었다. 표고버섯도 있어서 같이 썰어줬다. 국물을 내서 만들면 더 맛있지만 시간도 걸리고 귀찮아서 바로 만들었다.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당근과 양파를 볶다가 쌀과 버섯도 넣고 같이 볶는다. 살짝 볶아졌으면 물을 5배 정도 넣고 불을 중약불로 줄여 뭉근하게 끓여준다. 물을 많이 넣었지만 전분 때문에 끈적해서 바닥이 눌려 붙을 수 있기에 수시로 저어줘야 한다. 그래서 죽을 완성할 때까지 불 앞을 벗어날 수 없는데 아프기까지 하니 더 힘이 들었다.


쌀알이 퍼지고 다 익어갈 때쯤 잔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죽이 완성된다. 간은 소금으로 해주면 되는데 액젓도 조금 넣으면 감칠맛이 좋다. 먹을 만큼 떠서 깨소금과 마른김을 올려주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죽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데쳐둔 브로콜리가 생각 나 함께 올려주었다. 쌀 한 컵만 넣고 끓인 거라 만드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체감상 길게 느껴졌다.


아프면 서럽다고 하던데 아픈 몸을 이끌고 밥을 차려 먹으려니 서글펐다. 거기다 기껏 만든 죽은 입맛이 없는 건지, 잘 못 만든 건지 맛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나으려고 꾸역꾸역 다 먹었다. 내 체력을 믿고 요청한 일정대로 일을 했더니 무리가 왔다. 예전에는 며칠 밤을 세우고도 하루만 쉬면 멀쩡했는데 요즘은 며칠을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



꼭 아프고 나면 몸을 잘 챙겨야겠다고 느낀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또 잊어버리고 몸을 혹사시켰다. 이제는 정말 무리하지 말아야겠고 다짐했다. 아파서 누워 있었더니 다 하기 싫고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 것 같다. 죽을 더 만들어서 든든히 먹고 빨리 털고 일어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에 남는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