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Jan 04. 2024

입맛 없을 땐 계란찜 앞으로

계란 두부찜 만들기

밥맛이 없었다. 맛있게 먹던 반찬이 지겨워졌다. 뭔가 맛있는 게 없나 하고 냉장고를 뒤적거려 봤지만 마땅한 재료가 없었다. 재료를 사러 나갈까 했지만 먹고 싶은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다시 냉장고를 열어봤다. 몇 개 남지 않은 계란이 보였다.




일단 밥을 먹어야 했다. 며칠째 기운이 없는데 밥이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어렸을 때 반찬이 없다고 투정 부리면 엄마가 계란 반찬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러면 그 계란 하나에 밥을 맛있게 먹었었다. 그때처럼 계란이 있으면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단하게 구워 먹어도 되지만 찜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굽는 것보다 번거롭지만 부드러운 계란찜이 당겼다.


계란찜은 간단한 요리지만 더 간편하게 만드려고 전자레인지용 그릇을 찾았다. 전자레인지에 익히면 조리시간이 줄고 그릇도 하나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침 딱 맞는 반찬통이 있어서 거기에 계란 2개를 풀었다. 그리고 동량의 물도 넣었다. 간을 하기 위해 소금 한 꼬집을 넣고 감칠맛이 나라고 액젓도 조금 넣어줬다. 계란의 비린맛을 잡기 위해 맛술과 참기름도 넣어줬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참기름은 비린맛도 잡아주지만 계란찜이 그릇에 달라붙는 걸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고 한다. 여기에 든든하라고 남은 두부도 으깨 넣어줬다.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을 먼저 돌려준다. 그러면 가장자리만 익는데 꺼내서 숟가락으로 뒤섞어준 후 파를 조금 올려 다시 2~3분을 돌려준다. 이렇게 하면 골고루 익힐 수 있고 파도 가라앉지 않아서 보기도 좋다.



전자레인지 계란찜은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적은 양도 조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찜기나 뚝배기에 하면 작은 냄비가 없어서 늘 양이 많아져서 며칠을 두고 먹어야 했는데 전자레인지에 조금만 하니 간편해서 좋았다. 매일 보는 반찬 곁에 계란찜 하나만 놓았는데 식탁이 환해졌다. 갓 해서 김이 나는 계란찜을 한 입 먹으니 입맛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물론 찜기에 찐 것보다 덜 부드럽고 뚝배기에 직화로 조리한 것보다 덜 고소했지만 짧은 시간에 작은 수고로움으로 만든 것치곤 괜찮았다. 다음에도 입맛이 없고 귀찮을 땐 고민하지 말고 오늘처럼 계란두부찜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위한 죽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