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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10. 2024

행복은 지금 여기에

좋아하는 음식으로 소확행 하기

아일랜드 속담에 "어제의 좋은 일 두 개나 결코 생기지 않을 내일의 좋은 일 세 개보다 오늘의 좋은 일 한 개가 낫다"는 말이 있다. 오늘 하루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별로 일 때 나는 '내일 맛있는 거 먹자' 혹은 '어제 즐거웠으니까 오늘은 됐어.'라는 말로 애써 하루를 위로했다. 찾아보면 지금 행복할 일이 있을 텐데도 외면했다.




저번주부터 몸살기가 올라왔다 내려갔다해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 할 일만 겨우 끝내놓고 자리에 누워있거나 멍하게 앉아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일은, 주말에는, 다음 주는 잘 보내야지' 하면서 당장 오늘 하루는 그냥 보냈다. 정작 내일이 다가오면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더 아파서 못할 수도 있는데 자꾸 '다음'이라는 말로 행복을 떠넘겼다.


아파서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가만히 있으면 하루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움직여야 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움직이면 혹시나 예상치 못한 일까지 들어와 더 빛나는 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를 구원해 보기로 했다. 가장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음식이다. 나는 단순해서 맛있는 음식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잘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마지막 병에 조금 남은 토마토퓌레를 탈탈 털어 꺼내고 면 삶을 물을 올렸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다. 양파, 마늘, 버섯을 볶고 평소 같으면 조심한다고 거의 넣지 않던 원당도 충분히 넣어 소스를 만들었다. 삶은 면을 소스에 섞고 같이 볶아 파스타를 완성했다. 만들어둔 피클과 먹으니 꿀맛이었다. (오늘 유독 맛있는 걸 보니 맛의 비결은 원당인가 보다.)


매번은 못가지만 가끔 유기농 매장에 가서 장을 본다. 보기만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마트에 가서 재료도 사 왔다. 실패한 음식들을 다시 만들어볼 작정이다. 오트밀과 통밀토르티야, 닭가슴살을 샀다. 귀리우유와 치킨랩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 사실 마트에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은데 매서운 바람이 불어 그냥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사 오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싱싱한 재료들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이 나아졌고 직원분의 친절한 미소에 마음이 말랑해졌다. 장바구니도 없이 산 재료를 가슴에 안고 들고 오면서도 앞으로의 행복을 품고 가는 것 같아 설렜다. 만들면서 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겠지만 다 만들고 먹는 그 순간을 안다. 음식 하나로 행복해질 순간을 말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을 만들자.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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