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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16. 2024

빨간 떡볶이 만들기

나는 먹지 않지만

떡볶이를 좋아했다. 파는 떡볶이는 너무 자극적이라 내 입맛에 맞게 직접 만들어 먹었다. 쌀떡과 안 퍼지는 어묵을 사서 물을 부어 끓이다가 고추장과 설탕을 듬뿍 넣고 익히면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가 만들어진다. 다 만든 떡볶이는 국수그릇에 담아 배가 불러도 끝까지 다 먹었다. 삶은 계란도 넣어서 남은 소스까지 긁어먹었다.




떡볶이는 맛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다. 탄수화물 비율이 높고 고추장, 설탕, 올리고당까지 단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영양가는 거의 없는데 칼로리가 높은 대표적인 정크푸드다. 몸에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예전의 나에겐 그 사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맛에 길들여져서 아랑곳하지 않았다. 살이 점점 찌는데 위험 신호인 줄도 몰랐다. 결국 몸에 이상이 생기고서야 떡볶이를 끊었다.


그런 떡볶이를 오랜만에 만들었다. 한동안 사지 않던 쌀떡과 어묵도 샀다. 기성 고추장을 넣고 (기성 고추장이 짭짤하고 조미가 되어 있어서 맛이 좋다.) 설탕도 듬뿍 넣었다. 나는 떡볶이에 다른 재료는 거의 넣지 않는다. 기본의 맛이 좋기 때문이다. 감칠맛을 위해서 마지막에 파를 조금 넣어주는 것 외에는 채소도 넣지 않는다. 곧 윤기가 흐르는 새빨간 떡볶이가 완성되었다. 맛을 보니 역시나 맛있었다. 그 자리에서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꾹 참았다. 이 떡볶이는 친구를 위해 만든 것이다. 원래 건강한 토마토 떡볶이를 만드려고 했지만 아무리 좋아도 내 기준에 맞춰 음식을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일반 떡볶이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떡볶이를 보니 반가웠다. 떡볶이에 코 박고 잘 먹던 예전 시간이 그립기도 했다. 참 잘 먹었는데 언젠가 만들었던 떡볶이가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아쉽다.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더 먹어둘걸. 떡볶이를 한 김 식히고 그릇에 담았다. 이제 만들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친구 덕분에 다시 만들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먹는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상대방을 위한 음식을 만들면서 내가 먹는 간으로 내가 먹는 재료만 넣어서 만들 순 없다. 내 기준에선 최고일 줄 몰라도 상대방에게는 낯선 음식일 수 있다. 그동안 맛있어서 권한 음식에 상대방은 맛이 없어 놀라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래서 상대방이 원하지 않을 땐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맛있는 일반 떡볶이는 친구에게 잘 전달했다. 평소에 먹던 친숙한 떡볶이 맛에 친구는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에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맛있는 일반 떡볶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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