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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19. 2024

국숫집 고양이

지금도 응원받을 수 있을까

국수를 먹으러 국수 맛집에 갔다. 이곳은 늘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 기다릴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그날도 당연하게 웨이팅을 등록하고 가게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못 보던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그 고양이는 가게 앞을 자기 집인 마냥 돌아다녔다.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귀엽다고 불러도 고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 곳만을 바라봤다. 바로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뒷모습에서 느껴졌다. 그러다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문이 열리면 그 틈을 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귀엽게 보는 손님들과는 다르게 가게 직원분은 살짝 귀찮으신 듯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바로 밖으로 소환되었는데 억지로 끌려 나오는 모습마저 귀여웠다.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고양이와 여기는 들어오면 안 된다는 직원분과의 작은 기싸움이 느껴졌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그렇게 들어오고 나오고를 반복했다. 그래도 고양이는 문 앞을 지켰다.


그날은 비가 왔다. 떠돌아다니던 중에 비가 와서 비를 피하려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고양이의 작은 비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의 행동을 응원하고 있었다. 직원분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도전하는 그 모습이 예뻐서 도와주고 싶었다. 문득 나도 이런 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해보려고 하고, 애썼던 시간이 있었는지 말이다. 고양이도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너무 나약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면 되긴 될까'라는 약한 생각만 했지 끝까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되든 안 되는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안다. 움직여야 오늘의 나처럼 응원해 주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다시 하나씩 찾아보고 정리해 봐야겠다.


맛있게 국수를 먹고 나오니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걸까 궁금해졌다. 적어도 그 고양이는 다른 곳에서 도전을 하고 있거나 원하는 것을 얻고 돌아갔을 것 같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작은 기쁨과 용기를 준 고양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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