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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21. 2024

초코케이크

부모님의 취향

부모님 생신 케이크로 초코케이크를 주문했다. 매년 과일이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만 주문했는데 이번에는 초코맛이 나는 케이크를 준비했다. 내 멋대로 골라서 혹시나 안좋아하실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맛있게 드셨다.




어릴땐 빵집에서 케이크를 샀다. 케이크 종류는 일반 크림으로 만드는 하얀 케이크 아니면 초코, 딸기 케이크가 전부였다. 과일 몇개가 올라간 케이크가 있긴 했지만 모양보다 케이크 자체가 더 좋았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어린 우리들을 위해 특별히 초코 케이크를 사주셨다. 케이크 자체도 달지만 초코 케이크는 왠지 더 달고 맛있는 느낌이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동생이 초코 케이크를 아주 좋아했다. 케이크를 들고 신이 나서 혼자 들고오다가 먹기도 전에 모양을 망가뜨려 혼이 나곤 했다고 한다. 그래도 좋다고 얼마 나지 않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사진이 지금도 앨범에 저장되어 있다.


요즘은 케이크가 다양해졌다. 재료도 고급화되면서 생크림으로 만든 수제 케이크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어딜가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졌다. 그래서 케이크하면 당연히 생크림 케이크를 구매했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들의 축하자리에는 반드시 생크림 케이크로 주문했다. 가끔 고구마나 블루베리 같은 재료가 들어간 케이크 긴 했지만 초코, 딸기 케이크는 더이상 사지 않았다.


그러다 온라인에서 초코케이크를 보게 되었다. 후기도 좋아서 초코케이크를 사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우리에게 사주셨던것 처럼 이번에는 우리가 부모님께 초코케이크를 사드리고 싶었다. 온라인 주문이고 평소 안드시던 케이크라 좋아하실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른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구매했다. 기존에 보던 생크림 케이크에 비해 화려하지 않 당황스러웠지만 걱정과 달리 인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많이 달지 않고 맛있다며 좋아해주셨다.


어떤 음식이나 제품을 고를때 부모님 거라면 예전에 좋아하시던 것 위주로 구매하게 된다. 예전에 좋아하셨으니 지금도 좋아하실거라고 믿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새로 유행하는 것도 우리들처럼 좋아하셨다. 한과나 떡만 좋아하실 것 같았는데 요즘 스타일로 만든 음식도 디저트도 다 잘드신다. 괜히 부모님의 취향을 내 멋대로 정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맛을 본 요즘 스타일의 박고지김밥도, 한창 유행했던 소금빵도 너무나도 맛있다며 잘드셨다. 부모님의 시간은 우리보다 빨리 지나가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생신때는 또 다른 케이크를 주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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