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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23. 2024

엄마의 코다리조림

엄마와 도란도란 음식 만들기

엄마가 오랜만에 코다리조림을 만드셨다. 왜 갑자기 코다리조림을 만드시냐고 물어봤더니 시장에 갔다가 아주 잘 마른 코다리를 발견하고 조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정말 깔끔하고 맛있게 생긴 코다리였다. 모처럼 엄마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음식을 만드시는 걸 지켜봤다.




엄마는 잘 마른 코다리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셨다. 지느러미와 못 먹는 부분은 잘라내고 머리와 살 부분만 분리하셨다. 그리고 무를 아주 두껍게, 듬성듬성 썰기 시작했다. 무가 너무 크지 않냐고 여쭤보니 이 정도는 돼야 푹 끓여도 안 부서진다고 하셨다. 코다리가 너무 잘 말랐다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엄마는 큰 웍에 무를 깔고 양념장도 다 넣고 익히고 계셨다. 그냥 대충 하시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요리 진도의 반이 나가고 있었다.


센 불에 무를 조리셨다. 두꺼워서 불을 낮춰야 되는 거 아니냐고 여쭤보니 불은 안 줄이고 물만 계속 추가하면서 무를 익히셨다. 무만 넣었을 뿐인데 벌써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엄마는 양념장을 더 만드셨다. 코다리를 넣으면 양념장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고춧가루, 다진 마늘, 원당, 간장 등 갖가지 재료를 넣어 양념을 더 만드셨다. 계량스푼을 사용하시지만 정확한 계량은 없다. 일단 넣고 맛을 보며 맞추는 게 엄마식 조리법이다.


무가 어느 정도 익자 코다리를 넣고 추가로 만든 양념장도 넣어 계속 끓이셨다. 색이 빨개서 고춧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간 거 아니냐고 여쭤보니 이번에 산 고춧가루가 고와서 색이 잘 나는 거라고 하셨다. 길고 긴 조리 시간이 지나고 코다리조림이 완성되었다. 나 같으면 그 시간을 못 참아서 반만 졸이다가 불을 껐을 텐데 엄마는 뭉근하게 오래 지켜보면서 끓이셨다. 그래서인지 코다리와 무에 양념이 제대로 베어서 맛이 아주 좋았다.


무를 아주 크게 썰어 넣지만 양념이 베이면 무맛이 아주 좋았다.


한동안 코다리조림을 많이 만드셨는데 어느 순간 만들지 않으셨다.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코다리조림을 만드셨다. 그래도 코다리조림의 맛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맛이 좋았다. 코다리 상태가 좋다, 고춧가루가 많다, 설탕이 모자라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만들어서 그런지 코다리조림이 더 정겹고 맛있게 느껴졌다. 퇴근하고 오신 아빠도 모처럼 맛있게 드셨다고 한다. 코다리조림이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이 코다리조림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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