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물 만들기
장마라 며칠째 비가 오고 있다. 비가 오면 괜스레 생각이 더 많아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하게 된다. 얼른 생각을 지우려고 뭐라도 해야지 하다가 다시 자리에 앉고 만다. 나가보려고 해도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며칠 전 엄마가 사주신 서리태가 보였다. 유튜브에서 콩물을 만드는 것을 보고 먹어보고 싶어 콩을 사달라고 했는데 며칠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영상을 보니 콩물을 만드는 것은 정성이 꽤 들어가야 했다. 그런 콩이 눈에 들어왔다. 만들어봐야지 하고 콩을 두 컵 꺼내 깨끗이 씻어 물에 불렸다.
시간이 지나고 콩이 불어난 후 그대로 큰 냄비에 넣고 끓였다. 콩물은 거품이 많이 나서 넘칠 수 있고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불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지만 날이 무더워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콩이 서걱서걱 씹히는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삶은 물은 모아두고 콩만 찬물에 헹군다. 여기까지가 끝이면 좋으련만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콩껍질을 까야한다. 작은 콩을 하나하나 껍질을 까야하다니. 언제 다 깔 수 있을까. 손으로 비벼 봤지만 콩이 부서진다. 하나씩 까야지.
손에 자꾸 달라붙는 껍질을 물에 씻어가며 까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손가락은 퉁퉁 불고 식탁에는 콩물 투성이다. 믹서기에도 갈아야 한다. 콩 두국자, 콩 삶은 물 3 국자씩 넣고 갈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전체를 다시 한번 더 갈았다. 다 만들고 나니 너무 지쳐서 큰 통에 다 모아 붓고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어 버렸다. 그리고 꿀잠을 잤다.
하루가 지나 콩물이 든 통을 열어보았다. 색은 까맣지만 보드라워 보였다. 예쁘게 그릇에 담아 보았다. 요즘 사람들은 그릭요거트를 이렇게 그릇에 담아 먹던데 나는 콩물이다. 뽀얀 요거트에 비해 검고 거칠지만 지금 나에겐 콩물이 참 뿌듯하고 고소하다.
음식 만들기는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마음 정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음식은 맛이 있고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콩물 덕분에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이제 엄살 부리지 말고 작업을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