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채워주는 반찬

계란말이 이야기

by 샤이니율


반찬은 있는데 뭔가 아쉬울 때 추가 반찬으로 좋은 음식이 있다. 바로 계란말이다. 반찬이 시원치 않을 때도 빈자리를 믿음직스럽게 채워준다. 그만큼 너무 맛있는 반찬이지만 사실 잘하지 않는다. 채소를 잘게 다져야 하고 팬 위에서 신경 써서 잘 말아줘야 하기 때문에 선뜻 만들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만들면 무조건 맛있으니 가끔 생각난다.




계란말이는 소시지와 함께 도시락 반찬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회사에 다닐 때 도시락을 싸다녔는데 그때도 계란말이는 단골 반찬이었다. 개나리색 계란에 알록달록 채소가 콕콕 박혀있으니 색감이 좋아 눈으로만 봐도 맛있었다. 계란말이 하나만 있으면 가득 차서 다른 반찬이 없어도 도시락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계란말이를 먹을 때는 감히 한입에 먹지 않는다. 맛있으니 아껴먹고 싶어서다. 계란말이 몇 개는 마지막까지 남겨둔다. 밥과 다른 반찬을 다 먹은 후 남겨둔 계란말이를 먹는다. 고소한 계란이 온전히 입안에 퍼질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계란말이에는 계란이 많이 들어간다. 동그랗게 부피감 있게 말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계란 3개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계란이 많을 때 소비하기 좋다. 5~6개로 만들면 대왕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다. 대왕 계란말이는 한 두 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채소는 당근, 양파, 대파를 잘게 다진다. 완성했을 때 계란과 잘 어우러지는 게 좋아서 아주 잘게 다진다. 칼로 다지면 힘드니 도구의 힘을 빌린다. 간단하게 자른 채소를 모두 넣고 다지기의 손잡이를 쭉쭉 당겨주면 만족할 정도로 금세 잘게 다져진다. 계란은 균일한 색상을 위해 흰자와 노른자를 잘 풀어줘야 한다. 한쪽 방향으로 빠르게 200번 정도? 섞어주고 마지막에는 탁탁 쳐서 기포를 빼준다. 소금 간은 계란 1개당 2꼬집정도 넣고 맛술을 약간 넣어서 비린내를 잡아준다. 간은 간간하게 해 준다. 간간하면 더 고소해진다. 오일을 두른 팬에 계란물을 얇게 한번 펴고 반쯤 익었을 때 끝에서부터 말아준다. 다시 끝 쪽에 계란물을 부어 조심해서 말아준다. 모양이 이상해도 괜찮다. 다 말아준 후 약약불에서 뒤지게를 양쪽으로 잡고 눌러가며 모양을 잡아주면 된다.

KakaoTalk_20230630_144036853_03.jpg 불이 세서 겉이 많이 익었다. 반대쪽은 더 익어 버렸다. 그래도 맛있는 계란말이 :)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불에 익히는 것은 굉장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보고 있어서 그런지 잘 익지 않는 것 같고 빨리 말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겨우 기다려서 계란을 마는데 또 너무 기다려서 밑면만 짙은 브라운 색으로 익었을 때가 있다. 곧 탈 것 같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부터 당황해서 얼른 대충 덮어버리기도 한다. 안쪽이 덜 익었어도 얼른 덮어야 한다. 속은 잔열로도 익고, 잘라서 더 익혀줘도 되기 때문에 수습부터 해줘야 한다.


KakaoTalk_20230630_144036853_04.jpg 케첩대신 토마토퓌레를 찍어 먹었다. 후추와 파프리카 가루도 뿌려먹으면 맛이 좋다.

오늘도 반찬의 빈자리를 채우려 계란말이를 만든다. 계란말이는 왠지 허전한 마음도 채워주는 것 같다. 힘든 마음을 보살펴주는 것 같다. 친숙한 맛에 긴장되고 아팠던 마음이 풀어진다. 만들기는 귀찮지만 만들고 나면 늘 만족스러운 반찬이 계란말이다. 오늘 계란말이는 크게 만들지 못했지만 아끼지 말고 한입 가득 먹어야겠다. 마음이 얼른 괜찮아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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