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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25. 2024

버스에서 만난 라디오

오랜만에 라디오 듣기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갔다 왔다. 볼 일이 있어서 나간 거지만 창밖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다녀오니 나들이를 다녀온 듯했다. 버스는 여러 사람이 같이 타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그중에 하나가 버스에서 듣는 라디오다.




버스를 타니 정겨운 트로트가 나오고 있었다. 요즘은 음악 재생 앱이나 영상이 잘 나와있어 언제든지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버스에서 음악이 들리면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버스에서 라디오 소리가 사라졌다. 조용한 버스에서 기침 소리도 민망해서 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버스에서 라디오가 나오다니 반가웠다. 손님이 없는 시간대라 틀어놓으신 듯했다. 음악소리에 버스 기사님이 신이 나셨는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셨다. 예전 같으면 시끄럽다고 짜증이 났을 텐데 오랜만에 들리는 적막을 깨는 노랫소리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사연과 노래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그저 평범한 응원인데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아이고 잘됐다'며 함께 기뻐하기도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행사가 있으면 하루종일 좋은 기운이 넘치기도 하고 새해나 연말, 크리스마스가 되면 서로 행복을 빌어주느라 얼마나 따스한지 모른다. 특별한 날, 거리는 휑해도 라디오는 늘 풍성했다.


어떤 날은 힘들다는 사연에 이어지는 말과 노래에 내 이야기인 양 마음이 아려올 때도 있었다. 힘든 날을 보내고 있던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김보경 님의 '혼자라고 생각말기'라는 노래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사연을 들으며 얻는 것도 있다. 같이 해결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좋은 팁을 얻기도 한다.


예전에는 라디오의 인기가 많아서 새벽 늦게까지 방송이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늦은 저녁부터 새벽에 하는 라디오는 이벤트보다 사연이나 이야기가 많아서 즐겨 들었었다. 라디오의 장점은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꼼지락 대면서 꼭 옆에 라디오를 켜두곤 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신나게 라디오를 들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라디오도 이제는 듣지 않게 되었다. 화려한 영상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잔잔한 라디오에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감성이 메마른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니 다시 라디오를 듣고 싶어졌다. 자기 전에 라디오를 켜봐야겠다. 푸른 별은 누가 지키고 있을까. 새벽방송은 어떤 분이 진행하고 계실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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