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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an 30. 2024

크리스마스 안녕

한 해 진짜 보내기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도 한 달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한두 달만 보기에는 아쉬워서 더 보자는 마음에 둔 것이지만 사실 치우기 귀찮은 마음이 더 크다. 12월까지만 해도 연말 분위기가 나서 트리가 있어도 괜찮더니 새해가 지나고 설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트리가 어색하게 보였다. 설이 오기 전에 트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이 되자마자 트리를 꺼냈다. 원래 트리를 꾸미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에 보이는 트리가 예뻐 보여서 작은 트리를 하나 장만하게 되었다. 트리가 생기니 괜히 한번 더 눈길이 가고 불을 켜두니 썰렁한 집에 활기를 더해주어 좋았다. 그렇게 좋아서 들여놓은 트리가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며칠 아파서 신경을 못 쓴 것도 있었지만 새해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트리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이제는 치울 때가 됐구나 싶었다. 그런데 귀차니즘이 몰려와 치우지 않고 트리를 째려보기만 했다. '치워야 하는데, 언제 치우지, 내일 하자'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트리를 꾸밀 때는 설레고 기뻤는데 해체하는 건 왜 이렇게 귀찮고 쓸쓸할까. 뭔가 아쉬움이 남은 탓일까, 치우는 게 그냥 싫어서 그런 걸까. 또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찰나, 이러지 말고 얼른 치워야겠다 싶었다. 곧 있으면 입춘이라고 하니 더 지체할 수도 없었다. 우선 장식을 모두 제거했다. 걸 때는 많은 고민을 하며 걸었는데 걷을 때는 순식간이었다. 예뻐 보이라고 이리저리 전구를 꼬아뒀는데 치울 때는 엉켜서 번거롭기만 했다. 떼 낸 장식들은 파우치에 담고 나무 가지들은 납작하게 접어서 큰 봉지에 넣어 얼른 창고에 넣어버렸다. 트리가 없어진 자리를 보니 휑하긴 했지만 묵혀둔 과제를 끝냈다는 생각에 개운했다.


예뻐 보이던 장식들이 치우려니 일이 되어버렸다.


몇 달이지만 정든 트리를 치우니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다가올 진짜 새해를 잘 보내려면 트리를 보며 지난 추억을 붙잡고 있을 순 없다. 트리를 치운 자리에 새롭고 좋은 기운이 들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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