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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01. 2024

치킨랩 만들기

행복해지기 위해 만들어 먹는다

몇 달 전에 치킨랩을 건강하게 먹어 보겠다고 도전했는데 실패했다. 수제로 또띠아를 만드려고 귀리가루를 구매했는데 잘못 사서 맛이 텁텁하기도 했고 밀가루처럼 점성이 없어서 말다가 찢어지기 일쑤였다. '치킨랩은 못 먹는구나'라고 단념했을 때 통밀로 만든 또띠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치킨랩에 희망이 생긴 것이다.




또띠아를 샀다. 보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색이 어둡고 생긴 것도 투박했지만 그래서 더 맛이 좋을 것 같았다. 또띠아는 살짝 구워서 식혀두고 닭가슴살을 손질했다. 요즘은 가공 환경이 철저하기 때문에 따로 헹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핏물만 살짝 닦아 끓는 물에 바로 넣었다. 비린맛을 잡기 위해 소금, 맛술, 월계수잎도 넣었다. 닭이 익는 동안 채소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후 잘게 잘랐다. 채소는 양상추와 양배추 두 가지만 준비했다. 양상추는 그냥 손으로 찢었고 양배추는 잘게 채를 썰었다.


어느새 닭이 익었다. 한 김 식혀서 잘게 찢었다. 그리고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원당, 다진 마늘을 넣고 양념을 해서 팬에서 익혀줬다. 양념이 탈까 봐 약불에서 살짝만 익혔다. 이제 재료 준비가 끝났으니 말기만 하면 된다. 랩을 먼저 깔고 그 위에 또띠아를 올린 다음 소스를 발라준다. 소스는 늘 그렇듯 수제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를 섞어 만든 소스다. 소스를 발랐으면 양상추, 양배추, 닭가슴살 순으로 올린 후 바짝 당겨가며 말아준다. 마지막으로 맨 밑에 깔려있는 랩으로 단단히 고정시켜 주면 완성이다. 먹을 때는 가운데를 사선으로 자르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원래는 채소 위에도 소스를 뿌려줘야 하는데 칼로리가 걱정돼서 넣지 않았더니 조금 심심했다. 하지만 닭가슴살에 양념을 한 덕분에 제법 맛이 났다. 사실 치킨 대신 버섯을 넣어 랩을 만들어도 봤는데 아무리 버섯을 맛있게 조려도 오늘 먹은 치킨맛은 따라오지 못했다. 역시 고기 맛이 최고인가 보다. 조리가 끝나니 쌓여있는 양상추와 양배추가 보였다. 양상추와 양배추는 늘 한통씩 구매해야 하다 보니 많이 남는다. 당분간은 샌드위치, 샐러드 당첨이다.


닭가슴살에 양념을 했더니 확실히 맛이 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기존 메뉴에 들어간 재료나 양념을 조절해서 만들어보고 있다.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맛이 없어서 절망한 적이 많았다. 건강한 재료로 만드니 아무 맛이 안 날 때도 있었고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서 감칠맛도 적었다. 맛을 본 주위 사람들은 먹자마자 말이 없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있다. 아직 맛없는 음식 투성이지만 하다 보면 오늘처럼 성공하는 메뉴도 생긴다. 최애 메뉴가 생긴 오늘은 별표시를 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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