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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26. 2024

나물이 맛있다

취나물 파스타 만들어 먹기

예전에는 파스타 하면 꾸덕한 크림이나 감칠맛이 좋은 토마토 파스타를 즐겨 먹었다. 오일로 볶은 봉골레파스타나 엔초비파스타는 안중에도 없었다. 소스가 듬뿍 들어가야 맛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만 골라 먹었다. 몸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도 모르고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좋아했다. 호되게 한 번 당하고 난 지금은 파스타 자체를 잘 먹지 않지만 먹고 싶을 땐 토마토소스로 건강하게 만들어먹거나 오일로 간단하게 만들어서 먹고 있다.

 



며칠 전 대보름날이라 냉장고에 나물이 남아있었다. 비빔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빔밥으로만 먹기에는 부담스러워서 다르게 활용해서 먹어보자 싶었다. 나물은 너무 한국적이라 뭘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파스타가 떠올랐다. 김치를 넣은 김치파스타, 된장을 넣은 된장파스타가 있을 정도로 한국재료와 잘 어울리는 것이 파스타다. 나물로 파스타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어서 나물 파스타를 만들기로 했다.


나물은 취나물만 골라 담았다. 다른 나물도 있었지만 꼬독하고 마른 취나물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면은 이번에도 일반 파스타면이 아닌 현미면으로 준비했다. 팬에 마늘과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넣고 볶다가 취나물도 넣어 같이 볶아준다. 그리고 간장과 소금을 넣어 간을 해준다. 면은 대충 풀릴 정도만 삶아서 물기를 뺀 후, 팬에 올려 같이 섞다가 불을 끈다. 마지막으로 향을 더해줄 들기름과 후추를 넣으면 취나물 파스타가 완성된다. 퍼져서 엉겨 붙었거나 너무 뻑뻑해서 섞이지 않으면 면수를 부어가면서 익혀주면 좋다. 국물이 살짝 있을 정도로 볶아줘야 잘 어우러진다.


오일에만 볶은 거라 면색이 하얗고 건나물 색이 칙칙해서 맛깔스럽게 보이진 않지만 향이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정식으로 만든 파스타에 비하면 쫄깃하지도 않고 색도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고 순한 그 맛이 마음에 들었다. 뒤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맛이 아니라 나중에 문득 생각나는 그런 소박한 맛이다. 조금 더 먹고 싶어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이번에는 나물을 다 나눠주셔서 더 없다고 하셨다. 앗, 스파게티를 위해서 나물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싶다. 


현미면이라 색이 노래서 꼭 파스타면 같다.


이렇게 나물을 즐겨 먹을 거라고는 어렸을 땐 생각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나물을 반찬으로 드시는 걸 보고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맛을 알 것 같다. 시금치의 고소함도, 고사리나물의 오독함도 좋다. 다음엔 또 어떤 나물을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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