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업그레이드
시금치 페스토 만들기
단골 빵집에서 바질 샌드위치를 먹은 적이 있다. 샌드위치에 바질이 들어간다니 생소해서 먹어봤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좋아서 참 맛있게 먹었었다. 내가 알던 샌드위치와는 다른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궁금해서 빵 안쪽을 보니 녹색 소스가 발려져 있었다. 알아보니 '바질페스토'라고 했다. 샌드위치뿐 아니라 파스타에도 활용되는 유명한 소스였다.
이 소스의 색은 슈렉처럼 완전 녹색이다. 입맛을 당기는 색이 아니다. 만약 내가 이 소스를 좋아하게 된다면 건강 때문일 것이고 생각했다. 그런데 맛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채소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안 들고 잔잔한 고소함과 담백함에 자꾸 입맛이 당겼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맛은 아니어서 다른 재료와 궁합도 좋았다. 페스토라는 신세계를 알게 된 후, 단골 빵집에서 바질 비건 페스토를 자주 사 먹었다. 빵에만 발라도 맛있었고 먹고 난 후에도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러다 시금치로도 페스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실 페스토를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날은 냉장고에 마침 참나물이 있어서 잘게 잘라 만들었는데 찬나물향이 너무 세서 얼마 먹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었다. 또 실패할까 싶어 걱정이 됐지만 시금치는 향이 거의 없어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니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시금치는 살짝 데쳐서 물기를 꽉 짜준 후, 올리브유, 견과류, 마늘, 소금을 넣고 모두 갈아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원래 레시피처럼 치즈가루를 넣어주면 더 맛있겠지만 부담스러워서 넣지 않았다. 그래도 깔끔하고 담백해서 괜찮았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우니 자주 만들어먹어야겠다. 건강을 위해 제한하는 음식이 생겼는데 햄과 치즈도 그중에 하나다. 그런데 샌드위치에 햄과 치즈가 빠지니 맛이 확실히 덜했다. 그렇다고 소스를 잔뜩 뿌려먹을 수도 없는데 어떡하지 고민할 때 당근라페를 만났고, 오늘 시금치 페스토를 알게 되었다. 물론 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잡을 정도로 맛있진 않다. 그래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계속 만들면서 업그레이드해보려고 한다. 그러면 언젠가 일반 샌드위치보다 맛있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