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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Feb 28. 2024

오늘도 잡채는 내 몫

좋은 날 잡채 만들기

잡채는 나의 페이보릿(favorite) 메뉴다. 어딜가도 잡채를 보면 손부터 간다. 짭짜름하게 볶은 당면, 채소에 고소한 참기름이 코팅되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잡채는 뷔페에서 먹으면 손해라고도 하지만 내 접시엔 늘 잡채가 올라간다. 이렇게 좋아하다보니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엄마는 며칠전부터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우리집에서 생일이나 좋은 날에 만드는 음식은 정해져 있다. 불고기, 오징어 초무침 그리고 잡채다. 이 중에서 잡채는 늘 내가 만든다. 어느 날인가 잡채를 한번 만들었는데 엄마가 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그 이후부터 내가 전적으로 만들게 되었다. 알고보면 엄마의 큰 그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생일이지만 이번 잡채 만들기 내 몫이었다. 잡채는 재료 손질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보통 전날에 재료를 모두 채썰어서 준비해두었다가 당일에 바로 볶아서 조리한다. 재료는 색깔별로 준비했다.  빨강과 노랑은 파프리카, 녹색은 파, 브라운은 어묵과 표고버섯이다.


잡채는 당면 불리기부터 시작된다. 당면이 다 불려갈 때쯤 채썬 재료들을 꺼내 볶아준다. 원래 한 팬에 볶았는데 따로 볶는게 깔끔해서 따로 볶고 있다. 볶은 재료들은 잠시 옆에 두고 큰 웍당면을 놓은 후 간장, 원당, 다진마늘, 물을 넣고 졸이듯이 익혀준다. 그러면 예쁘게 색도 베이고 간이 돼서 맛이 좋아진다. 약간 국물이 남은 상태에서 불을 끄고 볶아둔 재료들을 넣고 한번 뒤섞어준 후,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전날 다듬어놓은 잡채 재료들, 색별로 담아두면 예쁘다                        


전날 다듬어놓은 잡채 재료들, 색별로 담아두면 예쁘다



잡채는 맛도 좋지만 색이 예뻐서 만들 때도 재미가 있다. 이리저리 볶다보면 내가 전문 요리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늘 기분좋게 만들게 된다. 이번에도 넉넉하게 만들어서 며칠 마음껏 먹으려고 통에 덜어두고 동생네에도 나눠줬다. 꼭 좋은 일이 지 않더라도 잡채가 그리워지면 만들어야겠다. 잡채 덕분에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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