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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23. 2024

따뜻한 국숫집

단골 국숫집 이야기

국숫집에 갔다. 맛도 좋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가는 단골 식당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이곳은 늘 손님들로 붐빈다. 이번에도 줄이 길었지만 맛있는 국수 한 모금을 먹기 위해 기분 좋게 기다렸다. 하도 기다리다 보니 이제 여유도 생겼다. 




웨이팅이 있어도 가는 건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맛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찾아 간 날이었다. 기다릴 거라는 각오는 하고 갔지만 줄이 길어 생각보다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자꾸만 시간이 늘어나니 짜증이 몰려왔다. 거기다 날도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려니 더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차례가 되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안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긴 테이블을 나눠 써야 했고 주문도 밀려 있어 또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이렇게 기다리면서까지 먹어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마지막 방문일 거라고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주문한 국수가 나왔다. 얼굴이 굳은 나와는 다르게 직원분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먹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이미 스티커로 안내되어 있는 말이었지만 하나씩 짚어가며 모두 설명해 주셨다. 국물이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수 없었다. 기분이 금방 누그러졌다. 알려주신 대로 간을 하고 조심해서 국물 한 모금을 마셨다. 온몸에 에너지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물론 국물이 따뜻해서 그랬겠지만 기다린 시간이 다 잊힐 정도로 맛도 참 좋았다.


그 좋은 기억 때문인지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힘을 내야 할 일이 있으면 이곳이 생각난다. 여기서 국수를 한 모금 먹으면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짧은 순간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원래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는데 이곳 국수는 먹는다. 기분 좋게 먹어서인지 소화도 잘되고 국물이 진해서 정말 든든하다. 국수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으신 걸까. 어떻게 하셨길래 이렇게 감동이 밀려오는 걸까. 맛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진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음식 맛과 친절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아졌다. 조만간 국숫집에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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