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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31. 2024

봄 재료 장보기

쑥국 끓여 먹기

추웠던 날씨가 사그라들고 흐리긴 하지만 제법 봄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동안 봄이 왔어도 겨울의 끝을 잡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길가에는 봄꽃들이 올라왔고 몇 개 남겨두었던 겨울옷을 모두 넣었더니 옷걸이가 휑해졌다. 하지만 내 몸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자꾸 찌뿌둥하고 힘이 없었다. 이럴 땐 나가야 한다. 몸을 움직이고 잘 먹어야 한다. 봄 재료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는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입구에는 봄 채소들만 따로 모은 진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푸릇한 채소들에 푹 빠져서 그 자리에서 서서 한참을 구경했다. 참나물, 달래나물, 시금치, 열무, 머위잎 등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참나물과 달래나물은 고춧가루를 넣고 칼칼하게 무쳐 먹으면 맛있고 열무는 봄용 물김치를 담으면 시원하다. 연해 보이는 시금치는 그냥 소금과 참기름에만 간을 해도 달큼해서 맛있을 것 같았다.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떠올려가며 이리저리 재어 보다가 채소 한 봉지를 꺼내 들었다. 바로 쑥이다. 다른 나물들도 맛있지만 쑥향이 제일 궁금했다. 쑥봉지를 들고 나오니 벌써 신이 났다.


쑥을 봉지에서 꺼내 물에 살랑살랑 헹군 후 물기를 빼두었다. 다시용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내고 된장 두어 큰 술을 풀어 끓였다. 그리고 쑥과 어슷 썬 파를 함께 넣었다. 매콤하라고 청양고추도 넣었다. 다진 마늘을 조금 넣고 따로 간은 하지 않고 담백하게 마무리했다. 두부도 넣으니 제법 국 모양새가 갖춰졌다.


쑥과 파, 청양고추, 두부를 넣고 만든 쑥국, 한 그릇 먹으니 봄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하다.


깔끔한 된장맛에 쑥이 어우러져 향긋했다. 오랜만에 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따뜻하게 쑥국을 먹고 나니 몸이 좀 나아지는 듯했다.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쑥 덕분에 봄같이 따스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배를 두드리며 앉아있으니 잠이 쏟아진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부턴 다시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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