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먹는 샌드위치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 생겼다. 오전 약속이라 새벽부터 준비해서 나서야 했다. 잠시 다녀오는 거지만 일찍 나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매일 들고 다니는 소지품들도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가는 길도 다시 확인했다. 날씨까지 확인하고 나니 마지막 하나가 걸렸다. 바로 아침 식사다.
나는 원래 아침 식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사과와 삶은 계란으로 해결한다. 점심에 밥종류로 충분히 먹기 때문에 아침을 적게 먹어도 괜찮았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으니 오히려 오전 시간이 여유로워지고 점심 때 밥맛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처럼 일이 있어 나가야 할 때는 꼭 아침식사를 한다. 밥이 아니더라도 든든하게 뭐라도 먹고 집을 나선다. 몇 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 생긴 습관이다.
예전에도 오늘 같은 날이 있었다. 평소때와 다르지 않게 간단하게 사과와 계란을 먹고 나갔다. 하지만 일은 내 생각처럼 딱 맞춰 진행되지 않았고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하루종일 굶고 다녀야 했다. 어떤 날은 간단하게라도 먹겠다고 국수를 먹었는데 불편하게 먹어서인지 하루종일 소화가 안 돼 고생을 했다. 아침에 먹은 것도 거의 없는데 점심까지 대충 때우니 하루 전체가 휘청거렸다. 원래 나는 끼니에 그리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다. 꼭 세끼를 먹지 않더라도 아점, 점저 이런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먹기도 했고 배가 부르면 식사를 그냥 넘길 때도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드는 건지 하루 중 한 끼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고 속도 불편했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뭐든 먹고 나서야겠다 싶었다. 일어나서 씻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해 두기로 했다. 밥은 안 넘어갈 것 같아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마침 며칠 전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재료가 있었다. 빵 위에 양상추, 토마토, 양파, 계란을 넣고 마요네즈와 홀그레인머스터드도 뿌렸다. 랩으로 단단하게 이중으로 감싸서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샌드위치를 꺼냈다. 냉장고의 찬기를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서다. 씻고 난 후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몽사몽 사실 무슨 맛인지도 잘 안 느껴졌다. 이른 시간이라 배도 안고픈데 괜히 전날부터 바둥거렸나 싶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니 잘했다 싶었다. 또 일정이 꼬여서 점심을 못 먹었는데 샌드위치라도 먹고 나온 덕분에 힘내서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옛날에는 굶어도 에너지가 넘쳤는데 이제는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 조금 귀찮더라도 시간이 될 때 꼭 챙겨 먹어야겠다. 잊지 말자, 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