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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08. 2024

치킨엔 토마토스튜

치킨의 단짝을 찾아서

치킨을 좋아한다. 치킨은 신기하게도 다 맛있다. 엄마는 치킨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나를 보며 대단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요즘은 치킨 종류도 다양해졌다. 맛과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그중에서 내가 먹는 건 오븐에 구운 치킨이다. 그나마 건강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치킨은 먹지만 같이 곁들이는 소스, 치킨무, 콜라는 먹지 않는다. 무언가를 더 먹으면 정말 안될 것 같아서다.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그러다 보니 치킨을 먹을 때면 식탁이 초라해진다. 치킨만 먹으니 빨리 물리기도 한다. 어차피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다행이다 싶다가도 못내 아쉬웠다. 이런 마음을 달래보고자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여 어울릴만한 요리를 만들어봤다.


치킨을 주문하려고 배달앱에 있는 메뉴를 살펴보니 사이드로 피자, 떡볶이를 팔고 있었다. 과연 어울릴까 의아한 메뉴였는데 꽤나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두 가지 공통점을 생각해 보니 소스였다. 감칠맛이 나는 소스가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 만든 토마토퓌레가 생각났다. 여기에 재료를 더하면 피자, 떡볶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럴싸한 사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파게티를 만들까 생각도 했는데 너무 과한 것 같아 채소만 넣고 스튜를 만들기로 했다.


스튜에는 원래 고기가 들어가는데 고기는 치킨으로 충분해서 넣지 않았다. 대신 고기 역할을 해줄 표고버섯을 준비했다. 채소는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를 꺼냈다. 모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깊이가 있는 웍에 양배추, 당근,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파프리카와 버섯도 넣고 같이 볶았다. 데쳐둔 브로콜리가 있어 같이 넣었다. 여기에 자작하게 물을 부은 후, 끓으면 월계수잎과 바질가루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리고 진간장, 액젓, 원당, 소금으로 간을 해서 푹 끓여주면 된다. 재료들이 푹 익고 국물이 어느 정도 남았을 때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낸다.


원래 스튜에는 케첩, 우스타소스, 치킨스톡 등 국물맛을 내줄 여러 소스가 들어간다. 하지만 재료가 없기도 하고 담백하게 만들고 싶어서 진간장과 원당으로만 맛을 냈다. 맛은 일반 스튜보다 약하지만 채소에서 우러난 맛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치킨 한 조각에 스튜 한 스푼을 떠먹으면서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 있었다.


 

채소가 들어가서 맛이 없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감칠맛이 좋다.


얼떨결에 만든 음식이었는데 꽤나 괜찮았다. 외국사람들이 왜 스튜를 소울푸드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따끈하고 감칠맛이 도는 맛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냥 떠먹을 거라 묽은 농도가 괜찮았는데 다음에는 전분을 조금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서 치킨과 빵에 올려 먹어봐야겠다. 이제 토마토스튜는 내게도 잊지 못할 메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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