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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10. 2024

작은 추억이 될 김밥

김치 계란 김밥

김밥을 매월 먹고 있다. 김밥을 좋아해서 달마다 만들어 먹는다. 김밥 먹는 건 너무 좋아하지만 김밥거리 만들기는 조금 귀찮다. 구색을 맞추려고 5~6가지를 넣고 있는데 하나라도 놓칠 수 없어 힘들어도 하나씩 만들고 있다. 




김밥거리가 얼추 준비되면 김밥을 만다. 부모님 드실 것도 말고 동생네 줄 것도 만다. 그렇게 하나씩 말다 보면 큰 통에 비좁게 들어있던 재료들이 확 줄어든다. 눈에 보일 정도다. 하나씩 떨어지는 재료도 생긴다. 이번에는 당근과 부추가 떨어졌다. 단무지와 우엉조림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재료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남은 재료는 잘게 썰어서 다른 곳에 활용하기로 하고 새롭게 김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다시 만드는 김밥인만큼 재료를 최소로 줄였다. 김치와 계란 딱 2개만 꺼냈다. 예전부터 잘 익은 볶은 김치에 계란 하나면 밥 한 그릇을 금세 먹곤 했다. 그때를 생각하며 신나게 재료를 다듬었다. 김치는 엄마의 김장김치다. 아주 푹 익어서 볶음김치 재료로 알맞았다. 먹을 만큼 잘라 볼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가위로 잘게 잘랐다. 볶을 때 국물이 많으면 볶기 힘들기 때문에 국물도 최대한 꽉 짰다. 양파와 통마늘도 조금 썰었다. 본격적으로 볶음김치를 만들었다. 오일을 두른 팬에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김치를 넣고 같이 볶는다. 그리고 진간장과 원당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을 두른 후 한 김 식힌다. 계란은 포크로 잘 풀어서 넓은 팬에 크게 부쳤다. 밥에 참기름과 소금 간을 하고 재료준비를 끝냈다.


김에 밥을 펴고 계란을 크게 잘라 얹었다. 그 위에 볶은 김치를 길쭉하게 올려 말았다. 김치가 물렁해서 말기 쉽지 않았는데 잘라보니 역시 볼품없었다. 모양은 찌그러지고 김치국물이 노란 계란에, 하얀 밥에 물들여서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볶은 김치와 계란 덕분에 옛 추억도 생각나서 기분좋게 먹었다. 아는 맛이라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 역시 아는 맛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쉽지 않았던 김밥 말기, 모양은 제각기지만 맛은 좋다.


다음에도 김밥이 먹고 싶다면 김치에 계란만 챙겨서 만들어야겠다. 여러 재료가 들어가면 맛이 좋지만 김밥은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는 걸 또 한번 느꼈다. 오늘 같은 김밥, 이제 환영이다. 김치 계란 김밥이 내게 또 하나의 작은 추억이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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