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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26. 2024

무조건 따뜻하게

여름에도 따뜻한 녹차 마시기

카페에 가면 차나 당을 넣지 않은 주스를 마신다. 가끔 커피맛이 좋은 카페를 가면 아메리카노를 먹기도 한다. 메뉴 종류 말고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따뜻하게 마시는 거다. 요즘에는 겨울에도 '얼죽아'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차가운 음료를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처음부터 따뜻한 음료를 마신 건 아니었다. 나도 차가운 음료를 좋아했다. 아메리카노는 아이스로 마셔야 맛있다는 것도 안다. 차가우면 원두향이 더 고소하고 신선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스는 어떤가. 얼음을 넣고 같이 갈면 셰이크처럼 만들어지는데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도 좋고 상쾌해서 맛이 업그레이드가 되는듯 하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기로 한 이후로 찬 음료 마시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원래 몸이 차기도 하고 소화가 잘 안 되니 이왕 마시는 거 건강하게 마시자는 생각으로 독하게 결정했다.


따뜻한 음료를 잘 마시고 있지만 위기는 찾아온다. 바로 요즘 같은 더운 여름이다. 더위를 많이 안 느끼는 나도 여름이면 더워서 찬물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그 생각을 물리치고 정수를 받아 마시고 있으면 속이 답답하다. 카페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위에 찌들어 카페에 가면 시원한 음료가 당겼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따뜻한 음료를 주문한다.


오늘도 그랬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더운 날씨였다. 뜨거운 열기를 피해 카페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벌컥벌컥 들이켜면 더위기 싹 가실 것 같았다. 주문하는 곳에 가서 잠시 고민하다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따뜻한 녹차가 가능하냐고 말이다. 직원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아쉬웠다. 따뜻한 녹차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찻물은 어찌나 뜨겁던지 혀가 데일 것 같아서 한 김 식으라고 잠시 두었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뙤약빛에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차를 앞에 둔 나와 이질감이 느껴졌다. 너무 유별난 건 아닌지, 괜한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뿌옇게 보일 정도로 햇빛이 강한 카페 밖의 날씨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앉아있다 보니 더운 기운이 사라졌다. 더 있다 보니 에어컨 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 김 식은 녹차를 마시니 조금 전 고민과 서운함이 무색할 정도로 딱 좋았다. 그제야 따뜻하게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지금도 카페에 가면 고민을 한다. 아이스가 마시고 싶어서 주문을 못하고 시간만 보낼 때도 많다. 하지만 따뜻한 걸 주문해서 마시면 늘 속이 편하고 만족스러웠다. 괜히 고민 말고 더워도 무조건 따뜻하게 마시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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