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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01. 2024

오이지가 주는 기쁨

오이지냉국 만들기

올해 오이지를 생전 처음 담았다. 물과 소금 비율만 잘 맞추면 만드는 것이 간단해서 손쉽게 완성했다. 예전의 내게 오이는 그냥 면 요리 고명일뿐이었다. 굳이 하나 더 고르자면 무침 정도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오이지까지 담그고 푹 빠지게 된 걸까.




오이피클은 몇 번 담아봤지만 오이지는 담아본 적이 없었다. 오이피클과 오이지의 다른 점이 있다면 피클은 새콤달콤한 국물에 절이는 것이고 오이지는 소금물에 절이는 것이다. 피클은 그대로 꺼내 곁들임 음식으로 먹지만 오이지는 반찬으로 다시 조리해서 먹는다. 몇 달 전에 담근 피클도 잘 먹고 있지만 달달한 맛 때문에 자주 먹진 못한다. 하지만 오이지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고, 먹기 전에 다시 조리해서 먹는다는 점이 좋았다. 언젠가는 꼭 담아봐야지 했는데 시장에서 산을 이룬 싱싱한 오이를 보고 마음을 뺏겨 오이지를 담게 되었다.


오이지가 익고 며칠 뒤에 무침을 만들었다. 오이지를 담을 때 가장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오이지무침은 오이지를 물에 몇 분 담가두고 짠기를 어느 정도 빼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맛을 보고 싹 잊어버렸다. 너무 맛있어서 한 개만 만들걸 후회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오이지냉국이다. 오이무침보다 더 간단하다. 오이지를 물에 담가놓을 필요도 없다. 오이를 먹기 좋게 자른 다음, 물을 담고 식초, 매실청, 원당을 넣어 간만 맞추면 끝이다. 오이지 자체에 짠맛이 있기 때문에 소금은 넣지 않는다. 바로 맛을 보면 약간 밍밍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이지에서 짠맛이 우러나오면 맛이 딱 맞아진다. 오이지 한 개에 국물 한 번 떠먹으면 아삭함과 새콤함에 입안이 개운해진다.


파를 너무 잘게 썰었더니 눈이 온 것처럼 둥둥 떠다닌다.


덥고 푹푹 찌는 날씨에 짭짤한 오이지는 내게 생기를 주고 입맛도 돌아오게 했다. 오이가 이렇게 내게 기쁨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요즘은 다른 반찬은 생각 안 나고 오이지만 떠오른다. 끼니때마다 먹으니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 얼른 오이 사다가 새로 만들어야겠다. 다 먹지 못할까 하는 걱정은 이제 없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던가. 오이지 두 번째 판은 더 풍성하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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