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웃을 수 있다면
조카를 보러 갔다. 조카는 막 잠에서 깨서 비몽사몽 해서인지, 그새 나를 잊어버려서인지 보자마자 낯설어했다. 저번에 만났을 때 같이 잘 놀아놓고선 조카에게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되어버렸다. 리셋이다. 어떻게 하면 조카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부족한걸까.
조카는 얼마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닌다. 초반에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울고불고 떼를 썼다는데 지금은 문 앞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간다고 한다. 느낌이 있는 건지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울상이었다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잘 간단다. 놀라운 것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좋아지다 못해 애착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집 앨범 어플이 있어서 그날그날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동생을 통해 몇 번 봤는데 조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크게 웃는 것도 모자라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었다. '내게는 왜 이런 모습을 안 보여줬을까'하고 섭섭했지만 그만큼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다는 뜻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카가 조금 정신을 차렸다. 관심을 끌려고 밥을 먹여가며 눈을 맞췄다. 하지만 조카는 밥 보다 장난감에 더 관심이 많아 자꾸 도망을 갔다. 조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하고, 노래도 따라 불러주고, 이쪽저쪽 방에 갈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말도 계속 걸었다. 침대나 소파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좋아하길래 몇 번이나 올려주고 내려주고를 반복했다. 이 정도면 신이 나겠지, 재미가 생겼겠지 했지만 조카는 계속 무덤덤했다. 도대체 어린이집 선생님은 어떻게 그 환한 웃음을 만드신 걸까. 선생님들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러다 밖에 잠시 나가게 되었다. 작은 돌멩이에 관심을 가지길래 손에 얹어 전달해 주니 그 순간 소리를 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보고 싶었던 환한 웃음을 머금고 말이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미있어하는 건지, 어떤 부분에서 좋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지만 어쨋든 조카가 기뻐하니 나도 기뻤다.
생각해 보니 조카는 밖에서 노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조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놀아주니 반응이 없었던 건데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상대의 취향을 알아야한다고 하지 않던가. 조카도 취향이 있다.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걸 알았으니 더워도 꼭 데리고 나가야겠다. 다음엔 밖에서 더 재미있게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