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 가서 든 생각
요즘 잠을 잘 못 들어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조카와 함께 키즈카페에 다녀온 날,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졌다. 그제야 알았다. 에너지를 다 소진하지 못해서 비몽사몽 깨어 있었던 것이지 잠이 안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무수한 생각만 꺼내놓고 다 정리하지도 못한 채 잠을 자려고 하니 잠이 올 수 없었던 것이다.
조카가 커가면서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활동량이 많아졌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이후에도 더 놀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래서 놀이터에 놀다가 들어오곤 하는데도 집에서 더 놀다가 잔다고 한다. 하루종일 놀고도 에너지가 남아있다니 한편으로는 조카가 부러웠다. 나는 잠시만 나갔다가와도 에너지가 방전돼서 30분이라도 가만히 쉬어야 하는데 너무 비교가 됐다. 아기의 에너지는 못 따라간다고 하더니 실감이 났다.
어린이집 방학이라 심심해하는 조카를 위해 키즈카페에 갔다. 키즈카페가 어떤 곳인지도 알지만 실제로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말인데도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조카는 낯설어하더니 금세 적응을 하고 사방팔방 돌아다녔다. 신이 얼마나 났던지 소리를 지르면서 뛰다시피 다녔다.
키즈카페에는 다양한 놀거리가 있었다. 부엌놀이, 공주놀이부터 각종 게임기, 볼풀장, 편백나무장, 거대한 트램펄린까지. 내가 어린이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듯했다. 아직 조카가 어려서 가는 대로 쫓아가 살폈다. 편백나무 블록을 잡아 통에 담으면 통도 비워주고 블록도 앞에 채워줬다. 볼풀장을 제일 재미있어했는데 미끄럼틀이 너무 가팔라서 끝에서 조카를 들어 짧게나마 미끄럼틀도 태워주고 볼도 던져주면서 놀았다. 제법 재미가 있었는지 어린이집에서만 보여주던 웃음도 보여주었다.
나갈 때쯤이 되니 피곤한지 안아달라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나도 몸에 힘이 빠지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숨 자고 나니 몸이 개운했다.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나니 쌓인 피로가 다 풀린 듯했다. 그리고 몸에 지지부진하게 남아있던 에너지와 쓸데없는 걱정들이 날아간 것 같았다.
평소에는 밥 챙겨 먹고 정리 조금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다 일정도로 활동량이 없다 보니 불필요한 에너지가 나가지 못하고 쌓여있었던 모양이다. 조카만 키카에 갈 일이 아닌 듯싶다. 내게도 키카가 필요하다. 당장 떠오르진 않지만 내게 맞는, 나만의 키카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