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기를 좋아하는 조카
주말을 맞이해 조카를 보러 갔다. 본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그새 또 자라 있었다. 얼굴에 통통하게 살이 붙고 다리도 더 길쭉해진 듯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조카는 나가자고 떼쓰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2번이나 나갔다 왔다고 하는데 성에 안 차는지 자꾸 나가자고 했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 조카는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다. 처음에는 걷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해서 그런지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걷길 원했다. 앉아서 밥 먹는 것도 잠시, 돌아다니고 싶어 금세 칭얼거렸다. 특히 계단 오르고 내리기를 좋아해서 지칠 때까지 반복한다. 성인인 나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조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칠 정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계단 오르기가 왜 재미가 있는 걸까. 단순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데 어떤 부분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하듯이 움직이면 기분이 상쾌해져서일까, 계단을 정복했다는 것이 뿌듯한 걸까, 대단하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걸까. 어쨌든 계단 걷기가 좋은 건 틀림없다.
오늘도 잠시 나갔다가 계단 있는 곳에 데리고 갔다. 조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발을 계단에 올리더니 다른 발도 올리면서 한 걸음씩 오르기 시작했다. 2층 높이의 계단이 있었는데 1층 층고가 높아서 계단이 꽤 많았다. 반쯤 올라가니 숨이 찼다. 조카를 부축해 가며 몸을 움츠리고 올라갔더니 더 힘이 들었다. 그에 반해 조카는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쉬지 않고 올랐다. 끝까지 올라가서는 더 계단이 없다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내려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로 있어 수월하게 왔다. 내려올 때도 걸어서 왔다면 내가 먼저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들었을 것이다.
내려올 때 조카를 안고 내려왔는데 자기도 힘이 든 지 내 어깨를 잡고 꼭 안겼다. 평소에는 낯 가린다고 안기려고 하지도 않는데 내게 꼭 안겨있는 모습이 참 귀엽고 예뻤다. 땀을 흘려서 옷에서 땀냄새와 꼬소한 냄새가 약간 났는데 그 냄새마저 사랑스러웠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조카를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때 그랬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만큼은 아니라도 신나게 하루종일 놀고 돌아다녔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고 기뻐했을 테지. 지금 나는 간단한 산책도 버겁다고 못하고 있다. 산책하고 나면 생각 정리가 되고 몸도 가뿐해져서 좋지만 재밌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조카처럼 큰 재미가 없더라도 웃으면서 즐겁게 산책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돌아와 직접 찍은 영상과 사진을 보니 조카 얼굴이 아른거린다. 지금쯤이면 자고 있겠지. 고모도 산책 연습 많이 할 테니 다음에도 같이 산책하러 가자. 계단도 더 많이 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