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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26. 2024

깻잎으로 볶음밥

깻잎의 발견

볶음밥은 밥과 반찬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고마운 요리다. 반찬도 마땅치 않고 밥맛이 없을 때 볶음밥을 만든다. 일단 볶으면 맛이 좋아지고 숟가락으로 퍼먹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 거기다 충분히 만들어두면 몇 끼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번에도 귀찮고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아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냉장고를 뒤졌다. 냉장고에는 계란, 양파, 당근이 있었다. 가장 흔하고 친숙한 재료라 요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재료다. 그런데 애호박이 보이지 않았다. 애호박은 볶음밥에 넣으면 색감도 살려주고 달큼한 맛도 주는 중요한 재료인데 없다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대파라도 넣어야지 싶어 꺼내려다가 깻잎을 발견했다. 깻잎? 깻잎! 색다르고 괜찮을 것 같았다.


깻잎 5~6장을 꺼내 듬성듬성 잘랐다. 당근과 양파는 최대한 잘게 다졌다. 그리고 계란은 2개를 준비했다. 채소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계란을 많이 넣으면 고소해서 훨씬 맛이 좋다. 하나 더, 통마늘을 편으로 잘라 준비했다. 마늘은 볶음밥 할 때 노릇하게 구워 넣으면 별미다. 꼭 넣는 걸 추천한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예열을 한 후,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당근도 함께 볶는다. 채소들이 어느 정도 볶아지면 한쪽으로 몰아두고 그 자리에 계란을 깨서 스크램블을 만든다. 재료들을 모두 섞어서 같이 볶은 다음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간장은 팬 가장자리에 부어 살짝 끓여 넣으면 풍미가 좋아진다. 밥을 넣고 볶다가 불을 끄고 마지막에 깻잎을 넣으면 완성이다.


깻잎을 생으로 넣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겉돌지만 섞다 보면 금세 숨이 죽어 잘 어우러진다. 아쉽게도 파릇한 녹색에서 진한 녹색으로 변하는데 차분하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볶음밥 마무리로 통후추가루와 파프리카가루, 깨소금을 듬뿍 뿌리는데, 담백한 볶음밥을 맛있게 먹는 나만의 방법이다.


볶음밥과 가루들 (깨가루, 파프리카가루, 후춧가루)


깻잎은 향으로나 맛으로나 존재감이 확실했다. 열에 의해 숨이 죽으면서 맛이나 향도 줄어들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줄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른 채소가 바탕을 깔아주고 깻잎이 포인트로 톡톡한 역할을 했다. 볶음밥에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놀랍다. 깻잎 쓰임을 잘 몰라 가끔 처치곤란일 때도 있었는데 이제 새로운 쓰임을 알게 되었으니 야무지게 잘 챙겨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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