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이 해주신 인사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약속 시간까지 빠듯해졌다. 주말이라 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늦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택시앱을 열려는 순간, 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왔다. 바로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목적지를 설명해 드리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주말이라고 여유를 부린 것이 잘못이었다. 차량이 많이 없으니 평소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했다. 차량이 많이 없다면 그만큼 차 자체가 없다는 의미인데 거기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비도 오락가락하니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짜증이 밀려왔다. 누굴 탓하랴. 내가 늦게 나온 것을.
그래도 때 마침 나타난 택시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결제를 하고 내리려는 순간 기사님께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하셨다. 예상치 못한 말에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택시기사님은 그냥 인사치레로 하신 말일수도 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 대신 쓴 인사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 덕분에 정말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았다. 기분 좋게 택시에서 내리면서 나도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답 인사를 드렸다. 따라서 인사를 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약속장소로 걸어가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계속 곱씹어 봤다. 특별하지 않은 인사 한마디에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았을까. 아마 잘 듣지 못했고, 잘 말하지도 않은 말이라 귀하게 느껴진 듯했다. 말하기 어색하고 낯설어서 피하고 숨긴 것이다.
그럼 나는 정말 좋은 하루를 보냈을까. 냉정하게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아침부터 서둘러 애태우며 도착했는데 돌아갈 때도 차가 밀려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짐을 들다가 손등을 긁어 피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큰 탈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좋은 택시 기사님을 만났고 만남은 잘 마무리되어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그저 그런 하루였겠지만 좋은 하루 보내라는 말 때문에 작지만 좋은 일들이 떠올랐다. 감사하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에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말만 붙여도 훨씬 다정해진다는 걸 알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사가 되는 것 같다. 나부터라도 마지막 인사에 꼭 좋은 하루 보내시라는 말을 덧붙여야겠다. 그러면 말을 하는 나도, 인사를 받는 상대방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