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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ug 08. 2024

가을이 오기 전에

토마토주스 충전

어제가 입추였다고 한다.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더운 날씨에 가을이 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입추라니 얼떨떨했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낮에는 너무 더워 정신을 못 차릴 정도지만 저녁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운 날씨가 힘들면서도 가을이 온다고 하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의 좋은 점은 쾌청한 날씨다. 습하고 덥긴 하지만 사계절 중에 제일 싱그럽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초록초록하다. 그래서 길가의 가로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난 시원한 느낌은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이런 여름이 간다고 하니 아쉬웠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것 같은 데 간다니. 남은 여름이라도 잘 만끽해보자 싶었다. 마침 살 것이 있어 더위를 무릅쓰고 나섰다.


문구점에 도착해서 살 것만 사고 나와 더위를 식히려고 근처 카페에 들렀다. 마침 이곳에는 내 최애 음료, 토마토주스를 팔고 있었다. 토마토주스, 안 먹을 수 없지. 신나는 마음에 주문을 하고 앉아 있으니 토마토주스가 나왔다. 생김새가 낯선 것이 평소 보던 토마토주스와 다른 모습이었다. 주문할 때 착즙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나온 모습을 보니 아차 싶었다. 흔히 보던 과육이 남아있는 거품이 섞인 뽀얀 주스가 아니라 건더기 하나 없이 진한 주황색의 주스였다. 다른 곳에서 먹는 토마토주스는 달아서 꼭 시럽을 빼달라고 하는데 이 토마토주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단맛이 거의 없는 본연의 토마토 맛이다. 나가면 건강한 음식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예쁘기도 하고 건강한 음료라니 너무 반가웠다. 뜻밖에 만난 행복이었다.


바쁘게 나가는 중에도 연필 구경은 참을 수 없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


토마토주스로 충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땀을 두배로 더 흘렸지만 사진을 보니 토마토주스를 마시던 순간이 생각나서 행복하다. 2주 후면 처서라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여름이 정말 꺾이고 가을이 올 것이다. 그때 가서 지나간 여름을 붙잡고 아쉬워하지 않도록 여름을 더 충분히 만끽해야겠다. 토마토주스 투어라도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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