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에 대한 마음
요즘 자주 소나기가 내린다. 소나기는 갑작스럽게 내렸다가 그치는 굵은 비를 뜻하는데 비의 양이 많아서 그냥 '소나기'라고만 부르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원을 찾아보니 '소'는 몹시라는 뜻의 부사인 '쇠'가 변형된 말이라고 한다. '소'자를 더 붙여서 요즘 비는 '소소나기'라고 해야 할 듯싶다. 많이 내리다 못해 아주 퍼붓듯이 내리니 말이다.
어제 잠시 인쇄를 하러 나갔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던 참이었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 마구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가는데도 바지 밑부분과 소매 끝이 젖었다. 안으로 들어와 조금 있으니 비가 이내 그쳤다. 비가 왔다고 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할 정도로 정말 뚝 그쳤다. 옷은 빨리 말랐지만 왜 하필 그때 비가 내렸는지. 걸어갈 때 딱 맞춰 내린 비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오늘도 구름이 심상치 않았지만 오전에 비가 한바탕 내린 터라 비가 다 왔겠거니 하며 우산 없이 나섰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밖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리고 한 분이 머리와 어깨가 홀딱 젖어 들어왔다. 밖을 다시 보니 무섭게 내리고 빗줄기가 보였다. 어찌나 많이 오던지 멍하게 구경하던 것도 잠시 집에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 됐다. 평소에 양산 겸 우산을 들고 다니는데 왜 두고 나왔는지 속상했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자 다행히 비가 그쳤고 염려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리는 비가 소나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어떤 수로 대비할 수 있을까. 곧 그치는 비니 잠시 피했다가 가면 되고 운이 좋게 비를 피했다고 해도 또다시 비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비가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한 순간이었다.
어제는 비를 만났지만 마침 우산이 있었기에 비를 피할 수 있었고 오늘은 우산이 없었지만 실내에 있을 때 비가 내려 비에 맞지 않고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도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8월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가 한 풀 꺾이는데 이번 여름 더위는 길게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폭염에 대기가 불안정해서 소나기가 자주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갑자기 만나는 비에 불평하지 말고 우산 잘 챙겨 다니면서 잘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