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볼거리가 있는 공간
언젠가 '나만의 공간'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찾아야 할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공간 중에 하나가 바로 '느슨한 볼거리가 있는 공간'이었다. 내게도 그런 공간이 있나 생각하다가 카페 2곳이 떠올랐다. 한 곳은 집 바로 앞에 있는 카페이고 다른 한 곳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카페다. 둘 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가끔 방문하고 있다.
느슨한 볼거리는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창밖의 사람들이나 풍경이 대표적이다.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장면이면 된다. 보다 보면 고민하던 일의 실마리나 생각나지 않던 문제의 해결책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가끔 들르는 카페에도 느슨한 풍경이 있다. 2곳 중 한 곳을 다녀왔다.
이곳은 번화가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맛으로 소문이 나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언제 가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큰 바 형태의 테이블이라 손님들끼리 따로 앉기도 하고 뒤섞여서 앉기도 한다. 커피맛을 잘 모르지만 이곳 커피맛은 좋은 게 느껴져서 커피를 즐기지 않아도 이곳에선 한잔씩 마신다. 빵도 주문했다. 열심히 빵을 잘라먹고 커피도 한 모금하다가 사람들 구경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뿐 아니라 테이크아웃하는 손님들도 꽤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좋다. 멍하니 그 풍경을 보다 보면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비록 그 에너지가 오래가진 않지만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렇게 가벼운 볼거리가 있는 공간에 가면 눈은 사람들을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때 나는 왜 그랬지, 하면서 나와 대면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보면서 도리어 내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어준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탁 트여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분위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밀폐된 공간보다 창으로 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했다. 별다방도 창밖이 잘 보이는 지점만 찾아다녔다. 본능적으로 뭔가 정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카페에 있다가 나오니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들러야겠다. 사람들 구경하러, 나를 만나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