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며칠 열심히 놀고 돌아다녀도 다음날 바로 체력이 회복되었는데 지금은 하루, 아니 잠시만 나갔다 와도 눈이 감기고 온몸이 쑤시듯 무거워진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돌아다녔는지 에너지 넘치던 그 시절이 아득하다.
원래부터 활동적인 성향이 아니고 나가는 걸 즐기지 않아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거기다 나를 잘 모르고 무리했던 탓에 건강을 잃으면서 좀 더 컨디션을 살피게 됐다. 조금만 피곤해도 일단 쉰다. 오늘 점심때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왔는데 어김없이 눈꺼풀이 무겁고 나른해졌다. 옷만 얼른 갈아입고 누웠다. 몇 분쯤 지났을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보니 벌써 저녁 때가 되었다. 배도 별로 안 고프고 그냥 건너뛸까 고민하다가 방에서 나왔다. 이렇게 건너뛰면 자다가 배가 고플 것이다. 몸도 한결 가벼워졌으니 후딱 만들어보자 다짐하고 재료를 살폈다.
뭘 만들어 먹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시 방전될 것 같아 김치만 볶기로 했다. 여기에 계란프라이와 깻잎을 합쳐 샌드위치처럼 만들 계획이다. 말이 샌드위치지 간단하게 접어 만드는 김밥이다.
계란프라이를 하고 밥에 참기름, 소금 간을 했다. 깻잎은 물에 헹궈 물기를 빼두었다. 잘 익은 김장김치를 꺼내 잘게 잘라 국물을 꽉 짠다. 양파랑 마늘도 잘게 자르고 오일을 두른 팬에 먼저 볶다가 김치도 넣어 바짝 볶아준다. 간장을 가장자리에 둘러 누르듯이 끓인 후 재료에 향이 베이게 하고 김치의 신맛을 잡아주려고 원당도 약간 넣었다.
이 김밥의 포인트는 만드는 방법에 있다. 김밥김을 반으로 접고 다시 반을 접어 4등분을 표시한 다음, 한쪽 선을 가위로 자른다. 그리고 두 부분에는 밥을 얇게 깔고 나머지 두 부분에는 계란프라이와 깻잎, 볶음김치를 올린다. 그리고 쌓듯이 접어주면 완성이다. 재료의 양이 많으면 잘 접어지지 않으니 주의한다.
이렇게 김의 구역을 나눠서 재료를 올리고 접어서 만다. 일반 김밥에 비해 수월하게 김밥을 만들 수 있어 좋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대각선으로 자르면 삼각형 모양으로 예쁜 단면을 볼 수 있다. 차분한 분위기의 사진과 달리 현실은 허겁지겁 쏟아진 재료들을 주워 먹느라 바빴다. 배가 안 고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네모김밥 덕분에 든든히 주말 저녁 허기를 채웠다. 휴식도 하고 배도 채웠으니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