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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ug 09. 2023

엄마 손맛의 비밀

엄마의 김치찌개는 왜 맛있었을까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찌개가 맛있다는 말은 꼭 맞는 말은 아니다. 만들어보니 맛있는 김치로도 맛없는 김치찌개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참치캔이나 돼지고기를 넣으면 맛이 좋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넣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맛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엄마가 만들면 달랐다.



김치가 익어가는 계절, 엄마의 김장김치는 폭삭 익어 맛이 제대로 들었다. 한 줄기 꺼내서 갓 한 밥과 먹어도 맛있지만 푹 끓인 김치찌개가 빠질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는 "김치찌개 맛이 너무~ 좋아요~."라고 자랑을 하셨다. 한 숟가락 맛을 보았다. "어? 맛있네?"


엄마에게 물어보니 특별히 넣은 재료도 양념도 없다고 하셨다. 자세히 봐도 정말 특별한 것이 없었다. 김치, 두부, 파, 양파가 다였다. 그런데 멸치가 군데군데 보였다. 멸치 육수를 내고 꺼내지 않고 김치와 그대로 끓인 거라고 하셨다. 멸치가 육수를 맛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엄마는 유튜브에서 본 육수 내는 비법을 따라 하셨다며 신나 하셨다. 엄마의 김치찌개 비밀은 유튜브 육수였다. 


엄마는 유튜브로 요리영상을 자주 보신다. 구독하는 요리 채널의 음식들을 여러 번 도전해서 성공하셨다. 원래 음식을 잘하시지만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이런 요리가 있더라, 맛있겠지?"하고 말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시다. 요즘은 티브이에서도 유튜브를 볼 수 있어 엄마와 요리영상을 자주 본다. 요리 유튜버들 중 엄마처럼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은데 보통 딸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상으로도 나오는데 나와 엄마의 모습 같아 공감하면서 본다. 내가 "저렇게 한다고? 손이 너무 많이 가는데?" 하면 엄마는 "저렇게 해야 맛있지~ 저건 금방 한다~ 아이고 맛있겠네~"하신다. 나는 아직 요리의 세계가 어렵지만 엄마는 척 보면 다 이해하신다. 그래서 김치찌개도 후딱 맛있게 만드셨겠지.


엄마의 김치찌개와 시장에서 사온 양대콩(강낭콩)으로 한 밥, 건강한 밥상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어느새 김치찌개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몇 번 끓였더니 맛이 우러나와서 더 맛있어졌다. 밥에 김치찌개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어떤 요리 영상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엄마가 재미있게 영상을 보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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