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노각 조림 김밥
며칠 전 노각이 집에 들어왔다. 노각이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뭔가 투박하고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져서 요리를 해 먹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처럼 누군가가 주지 않았다면 평생 노각은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각을 찬찬히 살펴보니 오이과이긴 하지만 많이 달랐다. 오이는 가지런하고 얇고 길쭉한데 노각은 껍질이 거칠고 색도 오래된 것처럼 누런 데다가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요리를 해보겠다고 나섰으면서도 자꾸 망설여졌다. 일단 껍질부터 벗겼다. 껍질을 제거하니 오이 같은 친숙한 비주얼이 나왔다. 하지만 반으로 갈라보고 또 낯설었다. 씨가 어찌나 크던지, 오이씨의 3배는 되는 것 같았다. 얼른 씨를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노각은 오이처럼 무침이나 냉국으로 많이 하지만 색다르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무침, 냉국은 오이로도 충분히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무언가가 절실했다. 노각을 다시 보니 물컹한 아삭 거림이 무와 비슷해 보여서 무처럼 졸여보자 싶었다. 달콤 짭짤하게 졸여서 내가 좋아하는 김밥에 넣어보기로 했다.
노각을 우선 원당에 버무렸다. 물기도 제거하고 밍밍한 노각에 맛도 들이기 위해서다. 절여지는 동안 계란 지단을 부치고 저번주에 만들어둔 수제 단무지도 꺼냈다. 단무지는 김밥이나 부침, 구이 같은 요리에 곁들이면 잘 어울려서 늘 떨이 지지 않게 준비해 놓는다. 절인 거라 보관기간도 길어서 만들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잘 절여진 노각은 면포에 싸서 물기를 빼고 마른 팬에 볶아 남은 물기를 날리다가 진간장과 노각 절인물, 생수를 넣고 센 불에서 국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그러면 간장물이 바짝 들어서 김밥에 잘 어울리는 비주얼이 나온다. 얼핏 보면 우엉조림 같기도 하지만 우엉과는 식감도 맛도 다르다. 우엉보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오이 향이 난다. 오이 좋아한다면 노각 조림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김에 밥, 노각조림, 수제단무지, 계란지단을 넣고 돌돌 말아 한 입 크기로 썰었다. 재료가 3개뿐이라서인지 김밥 크기도 작았다. 두 개는 먹어야 입에 가득 찰 것 같았다. 맛은 짭짤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었다. 예전에 한 식당에서 박고지 김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박고지를 간장에 조려서 다른 재료 없이 작게 만 김밥인데 그때 먹어본 김밥과 비슷한 맛이 났다. 심심하지만 은은한 맛이 좋은 특별한 김밥이다.
노각조림과 단무지는 단맛이 있는 편이라 조금씩 넣는 걸 권한다. 대신 계란을 많이 넣어 단백질도 보충하고 부족한 단맛을 계란의 고소함으로 채워주면 좋다. 무침으로 만들지 않고 조림을 한 나에게 칭찬한다. 덕분에 색다른 김밥 하나를 발견해서 기쁘다.